스포츠조선

'글로센스' 단종으로 소비자 불만 폭발, 김은지 BAT코리아 신임 사장을 향한 '기대와 비난'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7-30 11:03


김은지 BAT코리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대형 악재를 만났다.

최근 BAT코리아가 '글로 센스'의 판매 중단 의사를 갑작스럽게 통보해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것.

BAT코리아의 실적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 취임대에 오른 김 사장에게 특히 이번 이슈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3일 '국내 담배업계 최초의 여성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취임한 김은지 BAT코리아 사장이 과연 이번 논란으로 인해 하락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BAT코리아, 갑작스러운 단종 소식 통보에 소비자 불만 '고조'

지난 20일 BAT코리아가 자사의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제품인 '글로 센스' 출시 1년 만에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함께 BAT코리아 측은 "보통 제품 단종 시 기기와 소모품을 함께 단종하는 것에 비해 글로 센스의 경우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전용 포드 공급은 10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글로 센스는 BAT코리아가 지난해 8월 '담배업계의 변혁'을 내세우면서 선보인 야심작이다. 그러나 수요 급감으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끝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 센스는 제품 분류가 달라 유해성 논란과는 무관한 제품이었으나, 지난해 연말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권고 지침에 따른 영향을 받아 국내 수요가 감소해왔다"며 "소비자 접촉면을 확대하고자 올해 1월부터 기기를 80% 할인해 제공해왔으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판매 중단 시기를 놓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전자담배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는 '글로 센스의 판매 중단을 오래전부터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알려온 것 아니냐'는 글들도 올라왔다. '지난 1월부터 글로 센스 할인 행사를 지속적으로 해온 점이 수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더불어 통상적으로 전자담배 기기의 평균 수명이 1년인 점을 고려하면, 전자담배의 소모품 판매 역시 10월말까지가 아닌 최소 1년을 유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BAT코리아 측은 물론 단종 결정 시기와 관련해 이 같은 일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 센스 단종은 상반기 판매성과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쳐 이번달에 결정됐다"며 "국내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계속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 센스의 품질보증기간은 구입일로부터 1년이다. 보증기간 내에 기기 사용중 소비자과실이 아닌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기기의 재고물량이 남아있으면 교환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만일 기기가 남아있지 않다면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구입시에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등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보상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AT코리아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글로 센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상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높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제품 구입시 추가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중 할인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할인율이 매우 낮거나 일정 금액을 구매해야 보상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구체적인 보상안을 정하지도 않고 단종 계획부터 발표한 것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전혀 고민하지 않은 태도라는 점에서 더 큰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판매 중단으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 센스를 사용해오던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이모씨(34)는 "글로 센스가 출시된 지 불과 1년만에 갑작스럽게 단종이 된 것처럼, 앞으로 BAT코리아에서 또 다른 신제품이 나온다 해도 글로 센스 때처럼 언제 단종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지 BAT코리아 신임 사장, 취임과 동시에 '신뢰 회복' 문제와 함께 '실적 개선' 과제 떠안아

BAT코리아는 그간 유독 수장 교체가 잦은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2016년 이후 5년 새 CEO 교체를 벌써 4번째 단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 취임했던 에릭 스톨 전 사장은 반년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토니 헤이워드 전 사장(2016년 9월~2017년 8월)은 1년간 자리를 지켰다. 이어 2017년 8월 부임한 매튜 쥬에리 전 사장은 2년의 임기를 채웠으나, 'BAT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CEO'로 자리에 오른 김의성 전 사장은 1년만에 물러났다.

이 가운데 지난 13일 취임한 김은지 신임 사장(43)은 '국내 담배업계 최초의 여성 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업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김은지 사장은 경북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2000년부터 유니레버코리아에서 근무하고 2004년에 BAT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16년 간 던힐 브랜드 담당, 국내 영업 총괄, 사업 개발 담당 등을 맡아왔다. 사장 선임 직전에는 BAT인도네시아의 브랜드 총괄로 활약했다.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경력으로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인 김은지 사장에게도 이번 글로 센스의 판매 중단과 관련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글로 센스의 판매 중단 공지가 지난 20일 소비자들에게 알려졌고, 여기에 얼마전 취임한 김은지 사장의 영향력이 미미했다고 한들 김 사장 취임 이후 첫 외부 공지인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은지 사장은 '실적 개선'이라는 급한 불도 끄기 전에 소비자들과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질타를 한몸에 받게 됐다.

한때 던힐의 판매 호조로 단일품목 담배 분야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BAT코리아가 과거의 영광을 좀처럼 되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실적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BAT코리아는 지난 2018년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이후 지난해 영업손실은 51억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3562억원이었다.

이와 관련 BAT코리아 관계자는 "김은지 사장은 한국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 선호가 높은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자사는 '더 나은 내일'이라는 그룹 차원의 변화를 통해 청년 인재 육성, 미혼모 지원사업과 같이 기존에 해오던 사회공헌을 꾸준히 실시해나가는 등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담배업계에서의 위상과 사업성과를 동시에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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