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의 '등교 개학'이 석달 가까이 늦어진데다 개학 후에도 제한적인 등교가 이루어지면서, 식자재 유통이 여의찮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식자재 업체들은 학교 공급이 불발된 식자재에 대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가 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신성장 동력을 찾아나서고 있다.
개학은 했지만 식자재 '정상 공급' 한계…코로나19 장기화 우려
1학기 학교 급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지난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식·학교급식 분야의 농식품 소비변화 분석'에 따르면, 등교수업 연기로 인해 3~5월 3개월 간 약 14만여톤·6324억원에 달하는 학교급식 식재료가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재배 농가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 육류와 곡류 및 각종 식재료 등을 유통하는 식자재 업체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업체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지난 1분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장밋빛이 아니다. 5월 중순 이후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가 시작됐지만, 주 1~3회 등교가 많아 예년과 비교해 적은 물량이 소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을 먹지 않고 하교하는 인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수도권에서 매일 수십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정상 등교' 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관련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저장 가능 기간이 짧은 채소나 과일은 물론, 육류나 곡류도 저장 시설과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학교급식의 경우 친환경 신선식품의 비중이 많은 만큼, 우려는 더 커졌다. 식중독이 우려되는 여름철이 다가온 데다 소수 인원의 간편한 급식 식단을 위해 반조리 식품의 주문이 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식자재 업계 관계자는 "특히 일반 기업체보다 학교 대상 식자재 유통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생들 가정으로 배달되는 식재료 꾸러미와 대형 유통업체 등이 참여하는 식자재 할인 행사 등으로 물량 소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상화는 아직 먼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식자재 업체들, 새 판로 개척에 신사업 확장까지…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식자재 업체들도 '새로운 판로'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가정에서도 대용량 식자재 수요가 늘면서, 식자재 업체들은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이 그 '판로'로 위력을 발휘했다. 식자재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그동안 준비해왔던 '온라인 유통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대면 마케팅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이 업체 상대 시장 뿐 아니라 개인 소비자 시장 공략의 '키'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 'CJ더마켓', '아워홈 식품점몰', '동원몰' 등 본사 직영몰을 통한 온라인 식자재 유통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올 1분기 아워홈 식품점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 넘는 110%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풀무원의 경우, 사내 '팀'이었던 온라인 부문을 '사업본부'로 승격시켜 전사적인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두부와 간편식의 중국 온라인 판매도 부쩍 늘었다. 풀무원 푸드머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쇼핑 확대로 중국 시장에서의 이커머스 판매도 1분기 170%나 신장했다"고 밝혔다.
단체급식에서 눈을 돌려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은 최근 식자재·급식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는 케어푸드 부문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현대그린푸드와 아워홈은 연화식(씹기 쉬운 부드러운 음식)이 포함된 케어푸드를 단체급식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간편식 역시 식자재 업계의 또다른 화두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으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반조리 형태의 밀키트와 간편식 시장에 대한 식자재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3월 CJ제일제당이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가정간편식 소비가 늘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46.4%에 달한다. 동원 홈푸드 관계자는 "배송받아서 차리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브랜드 '더반찬'의 경우 올들어 매출이 5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양적 성장 만이 아니다. HMR(Home Meal Replacement·가정간편식)을 넘어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레스토랑 간편식)으로 돌파구를 만들기도 한다. 신세계푸드 '올반', 풀무원 '올가의 키친' 등 '외식 메뉴'가 간편식으로 만들어져 판매 중이다.
기존 식자재의 새로운 판로 개척과 함께 다른 사업 영역의 문을 두드리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주총에서 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과 곡물 가공품,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산업용 기계 및 장비 도매업, 작물재배업,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을 사업 목적으로 새롭게 추가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CJ프레시웨이도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풀무원도 새로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밝혔다. 풀무원 푸드머스 관계자는 "앞으로 급식 사업장에 식자재 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공기청정기 등 생활 기기를 원스톱으로 공급하는 토탈솔루션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미래 먹거리'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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