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예상 출하량은 총 1277만9000대로 지난 1분기의 1677만8000대보다 400만대 가량(-23.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기업들의 예상 점유율도 글로벌 총 출하량의 33.1% 수준으로, 지난 1분기 36.1%에 비해 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2분기 예상 출하량은 올해 1분기의 1514만3000대와 비슷한 1514만9000여대로 우리 기업들을 제치고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예상 점유율도 39.2%로 국내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가 6%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지가 2분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큰 타격을 받은 것과 달리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2분기 들어 서서히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TV업체들이 수출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패널별로는 LCD(액정표시장치) TV의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LCD TV는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0.4%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9.2%가 줄어드는 반면 LG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프리미엄 OLED TV는 올해 1분기에 작년 대비 2.3% 증가한 데이어 2분기에도 16.4%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프리미엄 라인인 OLED보다 주로 저가의 LCD 패널 TV가 맞은 것이다.
가전업계는 올해 3분기 이후부터는 상반기의 충격을 딛고 점차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 조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부터 미국의 전자제품 전문 유통 체인인 베스트바이어가 코로나19로 폐쇄했던 매장 1000여곳 중 600여곳의 문을 열었다. 또 유럽 13개 시장에서 자투른, 메이다마르크트 등 대형 가전 매장을 운영하는 세코노미도 현재 점포의 92%가 재개장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판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도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사라졌지만 하반기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멈췄던 '보복 소비'가 되살아날 공산이 크고 연말까지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도 이어진다.
실제로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3분기 TV 제조업체의 패널 주문량이 전 분기의 3830만장보다 20% 증가한 4580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TV 제조사의 패널 주문 동향은 TV 수요를 예상하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데보라 양 옴디아 디스플레이 공급망 책임자는 "중국과 한국의 TV 제조사들이 3분기에 패널 구매를 이처럼 늘리는 것은 패널 가격 하락과 시장 수요가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라며 "시장에서는 TV 패널 가격이 4~5월께 최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나오며, 중국 TV업체들은 한국 TV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 패널을 더 비축하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옴디아는 올해 하반기 TV 예상 출하량은 3분기 5451만대, 4분기 6690만대 등 총 1억2141만대로 상반기 추정치인 8209만대에 비해 47%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OLED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샤프를 비롯해 화웨이, 비지오, 샤오미 등이 새로 진입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1년 가까이 끌어오던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공방을 멈추고 휴전에 돌입했다. 대외 경쟁이 심화하면서 양사가 QLED 논쟁을 접는 대신 품질 경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TV 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중국 업계의 LCD TV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들에게는 마냥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삼성전자나 LG전자에게는 소모적인 기술 논쟁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개선하는게 더욱 급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에 따라 글로벌 TV 시장의 회복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최근 국내와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의 2차 확산 여부가 TV 시장 정상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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