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사우디컵 우승마 '맥시멈시큐리티', 모마(母馬) 몸값 170배 높인 '효자'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3-19 23:08


사우디컵 우승을 차지한 맥시멈시큐리티의 질주모습.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지난 2월 20일, 단일경주 세계 최고 상금 240억 원이 걸린 제1회 사우디컵의 우승마는 미국의 '맥시멈시큐리티'였다. '맥시멈시큐리티'는 지난해 미국의 삼관마 경주 제1관문인 '켄터키더비'에서 1위로 도착을 하고도 주행 방해로 실격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이후 시가 마일 등에서 우승하며 미국 최고의 3세마로 선정되며 화려한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특히 이런 활약을 통해 모마 '릴인디'의 몸값을 무려 170배나 높이고, 부마 '뉴이어즈데이'를 리딩사이어 왕좌에 앉힌 '효자' 역할로 눈길을 끈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라고 한다. 좋은 DNA를 가진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수한 자마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수말'과 '씨암말'을 전략적으로 교배하고, 그 자마가 높은 몸값을 받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대로 자녀의 좋은 성적으로 부마와 모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맥시멈시큐리티' 역시 이런 효자에 해당한다. '맥시멈시큐리티'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은 약 1200만달러, 한화로는 약 141억 원이다. 이렇게 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수득상금에 다른 생산자들 역시 제2·제3의 '맥시멈시큐리티' 생산을 목표로 그의 부마와 모마에 주목하는 것이다.


◇185만 달러에 낙찰된 릴인디.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아들' 덕에 몸값 170배 뛴 엄마 '릴인디'"

'릴인디'는 미국 현역 경주마시절 19번 경주를 뛰어 2회 우승, 2회 준우승, 입상 4회의 성적을 거두며 3만7000여달러의 상금을 수득했다. 자신의 성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평범한 일반 경주마라고 할 수 있다. 씨암말로 용도변경 후 2013년 첫 자마를 배출했으나 자마들의 성적 역시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2018년 12월, '릴인디'를 눈여겨본 한국의 생산자는 임신한 그를 국내에 도입한다.

그런데 19년 3월, '릴인디'의 자마인 '맥시멈시큐리티'가 미국 대상경주(G1)인 플로리다 더비에서 우승하며 경마계의 주목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릴인디'의 유전·생산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외국의 생산자가 높은 가격에 그를 다시 데려가기에 이른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지속적인 활약에 한국에 들어올 당시 1만1000달러 가량이던 임신한 '릴인디'의 몸값은 2019년 11월에 185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아빠'도 리딩사이어 왕좌로 수직상승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 역시 아들 덕에 리딩사이어 왕좌에 올랐다. 리딩사이어는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의 칭호로,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2020년 현재 리딩사이어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딥임팩트'와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의 경쟁으로 좁혀지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엄청난 자마수를 자랑하는 '딥임팩트'와 달리, '뉴이어즈데이'는 '맥시멈시큐리티' 한 두의 '하드캐리'라는 사실이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사우디컵 우승상금 1000만 달러가 '뉴이어즈데이' 자마 수득상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잘 지은 '자식농사', 최고의 재테크?

자마의 연이은 활약으로 부모마를 '마생역전'시킨 것은 비단 '맥시멈시큐리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씨수말의 가치는 보통 1회 교배료의 300배로 계산한다. 1년에 약 100회 교배를 하고, 평균 3년 이상 활동하기 때문이다. 현역 경주마는 수득상금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씨수말은 교배료로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다. 자마들이 잘 뛸수록 씨수말들의 교배료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대표적인 예로 '타핏(Tapit)'을 들 수 있다. 현역 경주마 시절 약 55만7000달러의 상금을 수득했고, 씨수말로 데뷔한 2005년 1회당 1만4000달러의 교배료를 받았다. 그러나 자마들의 지속적인 활약을 통해 2017년에는 무려 1회당 30만 달러로 증가하며, 전미 최고의 교배료를 자랑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타핏'의 교배료로 벌어들인 돈만 9000만달러, 약 1000억을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다가오는 봄, 경주마 교배에 거는 기대

'릴인디'처럼 미리 한국의 생산자들이 유전·생산능력을 알아보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들여왔다가 자마의 활약으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례 역시 종종 있다. 암말 '월들리플레저'는 2009년 1만5000달러에 한국의 목장에 들어와 씨암말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후 2011년, 그의 자마 '게임온두드(Game on dude)'가 미국 주요 대상경주(G1)인 '산타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을 거두며 '월들리플레저' 역시 각국 생산자들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 일본으로 거취를 옮긴 바 있다.

'월들리플레저'는 201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올해 교배를 준비중이다. 특히 '파워블레이드'와 교배할 예정으로 눈길을 끈다. '파워블레이드'는 한국경마 최초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로서,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도 국산 경주마의 저력을 보여주었고, 그랑프리까지 제패한 전설적 국산 경주마다. 국산 씨수말 '지금이순간'은 그간 매년 5두 내외만 교배하여 홀대를 받았으나 최근 자마 '심장의고동'의 맹활약으로 올해 얼마나 많은 교배기회를 갖게 될 지도 관심거리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 관계자는 "'경주마가 결승선 통과하면 그 경주는 끝나지만, 진짜 경마산업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우수 경주마가 배출되면 그 종마의 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경마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며 "코로나의 여파로 경마가 멈춰 경마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에도 경마장에서는 경주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여념이 없고, 말 생산농가들도 더욱 우수한 국산마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 라고 설명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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