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검색 데이터로 수익 추구 논란, 이커머스 시장 포식 나선 네이버가 곱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02-12 08:53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내에 '특가창고' 페이지를 론칭, 식품과 생필품의 공격적 판매에 본격 나섰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내에 제조사를 입점시키고, 초특가 판매 전략 등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되겠다"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의 말처럼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페이 플랫폼과 포인트 등을 적극 활용해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거대 IT기업이 이커머스 시장까지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며 긴장하고 있다.

이커머스 키우는 네이버, 시장 잠식할까

네이버는 지난 3일 네이버쇼핑 내에 '특가창고' 서비스를 오픈했다. 20개 카테고리 총 65개의 국내외 식품·리빙 브랜드가 참여해 소비자들이 생수와 화장지, 김치, 우유 등 인기 있는 생필품을 이른바 '초특가'에 구매할 수 있다.

네이버는 "기존에 네이버쇼핑 채널 내에서 판매하던 인기 생필품 등을 한데 모아 보여드리려는 차원에서 시도한 서비스"라면서 "인기 있는 브랜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생필품 브랜드들과 함께 오픈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 쇼핑 이용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특가창고를 통해 한 눈에 다양한 제품을 확인할 수 있고, 초특가 서비스와 최대 5%에 해당하는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네이버쇼핑으로 점차 유입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대를 합쳐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였다. 네이버의 온라인 서비스 결제금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나 증가했다. 17조원 규모의 쿠팡, 16조원 규모인 옥션·지마켓을 크게 앞섰다.


이가운데 특가창고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네이버가 점차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자 11번가, 옥션·지마켓,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네이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반복 구매할 확률이 높은 식품 및 생필품 구매가 네이버쇼핑이라는 거대 플랫폼 안에서 편리하게 이용 가능해진 만큼, 각 회사는 기존에 확보한 고객들을 잃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털 회사인 네이버는 검색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기업으로, 막대한 양의 포털 내 검색 데이터를 네이버쇼핑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을 긴장하게 하는 요소다.

2600만 가입자를 보유, 월 이용자 수만 110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페이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네이버쇼핑을 통한 구매 금액의 10%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네이버의 지난해 쇼핑 검색과 일반 검색 실적을 포함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은 2조851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5.2%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포털 회사인 네이버가 가진 검색 데이터를 자사의 수익 사업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공공재적 성향을 띈다"면서 "이를 자사 비즈니스 사업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사회적으로 일정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어떤 엄격한 사전 전제조건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회사의 이커머스 시장 지배? 금융 라이선스 획득엔 소극적이란 지적도

일부에서는 네이버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 움직임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쇼핑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제소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사업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 등의 문제도 있다. 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이커머스 분야 1위 사업자는 네이버"라면서 "플랫폼 제공 사업자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사업을 진행하려는 만큼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 또한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프라나 제도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플랫폼사라는 명분으로 판매에만 집중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이 큰 사업자로 올라서게 된 만큼 선제적 차원에서 가품 판매자들에 대한 처벌 등 규제와 진일보한 소비자 보호 정책을 엄격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네이버는 별도 모니터링을 통한 이용 제재 및 판매자 퇴출 조치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보호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하고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밝혀둔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용카드 추천이나 증권, 보험 등 금융 사업과 관련한 라이선스 획득을 하지 않았다.

업계 내에서는 네이버가 금융 관련 사업 진출 준비에는 적극적인 데 반해 라이선스 획득에는 소극적인 것을 두고 각종 금융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이 없다"면서 "필요할 경우 금융 라이선스 획득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와 같은 거대 IT 회사가 검색 데이터 등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대표적인 플랫폼 사로 거듭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소비자 단체나 사회적 측면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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