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혈만으로 제대혈과 유사한 본인 줄기세포를 얻어서 역분화-만능줄기세포까지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기존에는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피부조직을 뜯어서 배양하거나 바늘을 골수에 찔러서 줄기세포를 흡입했다. 그러나 말초혈액 배양 중 줄기세포를 발견한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12년 간의 연구 끝에 말초혈액 10cc 만으로 줄기세포 배양과 추출에 성공했다.
그간 혈액 내 존재하는 줄기세포는 모두 골수에서 유래한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한 줄기세포가 다른 장기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간, 신장, 골수, 심장 이식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심장이식 환자에서만 이식 전에는 본인의 줄기세포가 배양됐으나 이식 후에는 심장 공여자 유래 줄기세포가 배양됐다. 간과 신장, 골수를 이식한 환자들은 이식 전과 후 모두 환자 자신의 유전자형을 가진 CiMS만 존재했다. 연구진은 심장내막에 붙어 존재하던 CiMS가 떨어지면서 혈액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고 손상받은 조직에 안착해 분화하면서 재생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2년 전부터 말초혈액에서 배양된 CiMS 줄기세포를 증식시켜 제대혈처럼 질소탱크에 보관했다. 최근 이 동결세포들을 해동해 배양해 본 결과 건강하게 증식했다고 전했다.
김효수 교수(순환기내과)는 "환자나 건강한 사람 모두 간단하게 말초혈액 10cc만 채취해 CiMS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제대혈처럼 무제한 동결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해동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출생 시 신생아에게 채취한 제대혈을 10~15년 동안 보관해 본인이 쓸 수 있었으나 이제는 성인들도 CiMS 줄기세포를 이용해 제대혈처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제대혈은행과 마찬가지로 성인도 CiMS은행을 구축해 미래의 질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상용화를 위해 법규제 완화와 바이오벤쳐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번 서울대병원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프로젝트의 바이오치료-유니트에서 수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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