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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치 있는 만추 '토박이 추천 명소'로 떠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9-10-29 10:58


가을이 홍시처럼 무르익고 있다. 높푸른 하늘 아래 가을빛깔이 곱게 내려앉는 즈음, 실내에만 머무르기에는 아까운 시절이다. 이맘때는 어디를 나서도 단풍여행이 되고 보니 좀 더 개성 있는 여행지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각 지역마다 토박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를 찾는다면 어떨까? 사람구경 대신 더 호젓한 가을날의 서정을 누리기에 딱 좋은 방법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는 1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토박이 추천 명소'를 주제로 6개의 관광지를 선정했다. 아직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은 아니지만, 잠재력 있는 여행지다. 현재와 과거를 잇는 시간여행, 힐링과 휴식, 인생사진 명소 등 저마다의 개성도 뚜렷하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웅도는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이자 황금어장으로 통하는 가로림만에 자리하고 있다. 풍요의 섬 웅도는 예로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많이 났다. 웅도어촌체험마을에서는 가을낙지잡이 등 다양한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사진은 낙지잡이에 신이 난 아이으ㅏ 모습.<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바다 위를 걷다 '서산 웅도'

충남 서산 웅도는 곰을 닮은 섬이다. 진도와 무창포처럼 웅도에서도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길이 열리면 섬 주변으로 거대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웅도는 서해에서도 생태계의 보고이자 황금어장으로 통하는 가로림만에 자리하고 있다. 풍요의 섬 웅도는 예로부터 바지락과 굴, 낙지가 많이 났다. 금세 자루를 가득 채운 바지락을 마을까지 옮기느라 소달구지가 늘어서는 장관도 펼쳐졌다.

웅도 여행의 중심지는 웅도어촌체험마을이다. 웅도의 특산물인 바지락 캐기를 비롯해 낙지잡이와 망둑어 낚시, 족대 체험이 가능하다. 깡통열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맛도 즐겁다. 웅도를 마주 보는 대로리에 카페와 캠핑장이 있어 느긋하게 전망을 즐기거나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기에 좋다.
◇서산창작예술촌의 낡은 배
인근 지곡면에는 안견기념관이 있다. 안평대군의 꿈을 소재로 그린 몽유도원도는 당대 최고 산수화로 평가되지만, 안타깝게도 원본이 일본에 있다. 기념관에서는 모사본과 안견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서산창작예술촌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인다. 수준 높은 서예 아카데미와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풍차가 빛나는 언덕위 벽화마을 '대전 대동하늘공원'


대전광역시에서 작고 알찬 여행지를 찾는다면, 동구 대동의 벽화마을과 하늘공원도 괜찮다.

벽화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이 모여 살던 달동네다. 예쁜 벽화가 그려지면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밝고 화사한 여행지로 변신했다. 이곳 언덕에 조성된 대동하늘공원은 작은 동네 쉼터지만, 도심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망을 품고 있다.
◇대동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시 야경
해가 질 무렵이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일몰과 야경을 감상한다. 낮에는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밤에는 반짝이는 풍차와 대전 시내 야경에 빠질 수 있는 감성 있는 여행지다.

소제동도 빈집과 허름한 건물에 젊은 감각과 감성으로 채운 카페, 식당이 들어서며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1920~1930년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은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시간이 멈춘 듯 한 풍경을 담고 있다. 한밭수목원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즐겨도 좋다. 꽃밭과 아담한 숲길, 연못과 열대식물원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수목원과 이어진 천연기념물센터와 '효'를 테마로 꾸민 뿌리공원도 이색 여행지다.

◆버림받은 것들의 유쾌한 반란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

충북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는 2007년 폐교한 능암초등학교에 오픈한 정크아트 갤러리다. 정크아트는 쓰레기와 잡동사니를 의미하는 '정크'(junk)와 '예술'(art)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품을 활용해 만드는 미술을 가리킨다.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에는 국내 정크아티스트 1호 오대호 작가의 작품 1300여 점이 있다. 지난 5월 정식 개관한 이곳은 실내외 전시관과 체험실,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충주 오대호 아트팩토리에는 20여 대의 재미난 자전거가 있다
실내 전시관은 주제에 따라 모션 갤러리와 키즈 갤러리, 어린이 체험장으로 나뉜다. 모션 갤러리는 이름처럼 간단한 조작을 통해 작품을 직접 움직여보는 공간이다. 코코몽, 둘리, 미키마우스, 뽀로로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는 키즈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재생 골판지를 이용한 에코봇 만들기와 아트 컬러링은 충주오대호아트팩토리의 특화된 체험이다.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를 타고 운동장을 달리는 것도 재미있다.

충주 여행에서 충주호를 빼놓을 수 없다. 종댕이길과 충주댐 물문화관은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충주호를 더 가깝게 만나는 여행지다. 충주의 별미 꿩 요리도 먹을 만하다.

◆산책하기 좋은 도심 속 힐링 명소 '광주호 호수생태원'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힐링 명소다. 물가와 숲속을 거닐며 한가로운 늦가을 오후를 만끽하기에 좋은 곳이다. 생태 연못, 습지 보전 지역, 호수 전망대, 메타세쿼이아 길, 버드나무 군락 등 볼거리가 풍성한데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나들이코스로 인기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광주광역시 시민들의 힐링 명소로 통하는 곳이다. 물가와 숲속을 거닐며 한가로운 늦가을 오후를 만끽하기에 좋다. 사진은 메타세쿼이아길 옆 구절초 군락
데크 산책로도 설치돼 있으니 유모차를 끌고 가족나들이에 나설 수도 있다. 입구 오른쪽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에코센터에서 스탬프 북을 받아 9개 지점에 설치된 스탬프 박스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도 준다.

담양과 가까워 가사 문학 관련 유적지 식영정, 소쇄원과 함께 하루 일정으로 즐기기에도 괜찮다.

광주를 여행할 때 의재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남종화의 마지막 대가인 의재 허백련을 기념하는 미술관이다. 원로건축가 조성룡의 작품인 미술관 건물은 무등산 등산로 지형을 살려서 지어 튀거나 도드라지지 않으며, 2001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다.

무등산 자락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중심사가 지척이다. 근대 풍경이 집약된 양림역사문화마을과 복합 문화 예술 기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도 가볼 만하다.

◆과거와 현재, 사이좋게 만나요 '의성 금성산 고분군'

경북 의성의 토박이 추천 여행지로는 의성 금성산 고분군(경북기념물 128호)을 꼽을 수 있다. 드넓은 초원에 봉긋 올라온 고분군은 편안한 풍광에 옛조문국의 자취를 잘 담아내고 있다.

조문국은 삼한 시대 부족국가 중 하나로, 서기 185년 신라에 병합되기까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금성산 고분군은 대표적인 조문국 유적지다. 의성의 명산인 금성산 아래 고분이 흩어져 있다. 조문국고분전시관에서 조문국의 장례 문화를 엿보고, 의성조문국박물관에서는 찬란했던 조문국의 문화도 살필 수 있다.
금성산 고분군<사진 제공=의성군청 >
의성에서는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 산지(천연기념물 373호)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엔 중생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의성 탑리리 5층석탑(국보 77호)은 전탑 양식과 목조건축 기법을 동시에 보여준다. 의성 빙계리 얼음골(천연기념물 527호)도 들를만한 곳이다. 여름에는 얼음이 얼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빙혈과 풍혈이 있다. 마무리는 빙계서원이 좋다. 고즈넉한 산 아래 앉아 선조들의 멋과 풍류를 떠올리며 흡족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다.

◆전망, 그 이상의 재미가 있다 '울산대교전망대'

울산광역시는 다양한 매력을 갖춘 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분야 국내 대표 산업 단지와, 태화강십리대숲, 대왕암공원, 간절곶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이 같은 울산의 풍광을 울산대교전망대에서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2015년 울산대교 개통과 함께 문을 연 울산대교전망대는 지상 4층(63m) 높이다. 실내 전망대와 야외 테라스, 기프트 숍, 카페, 매점, VR 체험관 등을 갖췄다.

360도 통유리로 된 3층 실내 전망대에서는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고, 망원경과 문화관광 해설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낮에 바라보는 풍경은 활기차고, 밤에 내다보는 전망은 낭만적이다. 올가을 개관한 VR 체험관에서는 울산을 테마로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가상현실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울산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울산대교 전망대
울산대교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왕암공원은 수령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해송이 우거진 숲길을 지나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등록문화재 106호)과 신 등탑, 호국룡이 됐다는 문무왕 비의 전설을 품은 대왕암을 볼 수 있다.

울산대교 너머 장생포고래문화마을과 장생포고래박물관에서는 울산과 고래의 오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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