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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JOB스토리 : 불꽃연출가] 하늘에 감동을 그리다…전문성·감성·근성 갖춰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10-01 09:21


오는 10월 5일 가을 밤하늘에 불꽃이 만개 한다.

올해로 17번째를 맞는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9'가 이날 오후 1시부터 9시 30분까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것.

지난 2000년 시작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단순한 오락행사가 아니라 매년 100여만 명이 운집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 콘텐츠로 발전했다.

이같은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숨은 주역들이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특히 불꽃연출가들의 손과 머리로부터 축제가 시작된다.

불꽃연출가는 아직 정확한 직업 명칭이 정해지지 않아 '연화사', '불꽃디자이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꽃연출가들로부터 그들이 걷고 있는 이색 직업의 세계에 대해 들어 봤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인 불꽃 연출가. 국내 에는 약 20여 명의 불꽃연출가가 활약하고 있다. 일부 연출가들은
"불꽃놀이는 불꽃이라는 물감을 사용해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사진은 지난해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서 열렸던 서울세계불꽃축제 모습.
감동과 호기심에 시작한 불꽃 연출…전문성·감성·근성 갖춰야

"불꽃놀이는 불꽃이라는 물감을 사용해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 "추억의 시간을 밝혀주는 것".

불꽃놀이에 대해 묻자 서울세계불꽃축제 '프로젝트 매니저(PM)' 문범석 차장과 '불꽃 디자이너' 윤두연 과장은 각각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12년째 한화 불꽃 프로모션팀에서 근무 중인 문 차장은 불꽃축제를 기획하고, 전체 행사 운영을 총괄한다. 주로 하는 일은 불꽃축제 일정이 잡히면 팀원들과 협의해 어떤 주제로 연출할 것인지 먼저 결정해 일정을 짜고 우리의 테마를 잘 연출할 수 있는 해외팀을 섭외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같은 팀의 윤 과장은 11년째 불꽃축제의 핵심인 '불꽃'을 디자인하는 베테랑이다. 불꽃 디자이너의 역할은 지역, 관객의 특성에 따라 음악을 선정하는 일부터 음악에 어울리는 불꽃의 구성, 설치를 고민하는 일을 수행한다. 불꽃연출가의 업무는 주로 사무실에서 이뤄지며 일반 회사원처럼 출퇴근을 한다. 그러나 불꽃을 연출하는 기간엔 자주 야근을 하게 되며 불꽃을 발사하는 현장에서 설치와 발사과정 등 행사 전반에 직접 관여한다.

불꽃연출가가 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감동과 호기심을 꼽았다.

문 차장은 "화학 공학도로 미사일·로켓 전문가를 꿈꿔 한화에 입사했다"면서 "몇 년이 지나 불꽃축제를 제대로 보게 되었는데 벅차오르던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해 관련 부서로의 인사이동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윤 과장은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불꽃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보고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할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불꽃연출가는 화약류에 대한 전문지식, 섬세한 감성, 근성 등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다.

이 가운데 안전상의 이유로 화약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가장 기본이다.

윤 과장은 "불꽃이 터지면 사람들은 그 화려함에 반하지만 불꽃 역시 아름다움 이면에 위험성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불꽃을 디자인할 때 안전을 1순위로 놓고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문 차장 역시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라면서 "풍향, 바람의 세기, 관람객으로부터의 거리 등을 고려해 불꽃축제 장소를 선정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불꽃축제가 주로 이뤄지는 장소가 바다, 강 등 물 주변이다.

불꽃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이들은 잦은 출장과 예술행사 방문 등 바쁜 일정도 소화한다.

윤 과장은 "해외 사례를 찾거나 시연회를 보기위해 1년에 출장을 50번 정도 다닌다. 국내는 물론 가까운 중국, 일본, 멀리 미주, 유럽의 새로운 사례를 찾기 위해 시간을 쪼개서 출장을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불꽃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 공연 등을 접하려고 노력한다"고 귀띔했다.


오는 10월 5일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19'를 앞두고 불꽃 프로모션팀 문범석 차장(오른쪽)과 윤두연 과장은 지난 1년간 수 없는 기획과 고민을 해야 했다.
한국 불꽃축제는 한편의 뮤지컬…관람객의 고맙다는 말에 피로 싹~

사실 불꽃 축제는 사전 리허설이 없다. 단 몇초만에 사라지는 불꽃의 가격은 수 십만원에서 수 백만원에 달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며 철저한 계산에 따른 계획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단 한차례 진행 사고가 없었던 두 베테랑에게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

윤 과장은 "작업지시서에 따라 기술자가 불꽃을 설치한 후에 장비를 이용, 불꽃이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 차례 반복하는 것이 이를테면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문 차장은 "아름다운 불꽃축제를 위해서는 정확하게 설치하는 작업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진행사고 방지를 위해 경험 많은 설치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손으로 세심하게 챙긴다"고 덧붙였다.

이로인해 우리나라의 불꽃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문 차장은 "음악 비트에 맞춰 불꽃을 정확한 타이밍에 쏘아 올리는 게 관건"이라며 "특히 우리 팀의 경우 노래의 비트와 불꽃이 터지는 타이밍 간 차이가 30분의 1초 이내로 정밀해 세계 톱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각 나라별 불꽃의 특색도 존재한다.

일본은 불꽃을 5분 간격으로 한 발씩 쏘아 올려 음식 맛을 음미하는 듯하고 유럽은 광량이 약한 불꽃을 소량 쏘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긴다는 것.

반면 중국의 경우는 강한 색감의 불꽃을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도록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윤 과장은 "우리나라는 스토리가 가미되어 한편의 뮤지컬을 보듯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감성적인 연출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꽃축제 업무를 하면서 가슴 뿌듯했던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윤 과장은 "입사 4년차였던 2012년에 국가행사인 여수엑스포에 참여해서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게 굉장히 뿌듯했다"면서 "한 번은 축제가 끝나고, 아이와 아이 어머님이 찾아와 '멋진 불꽃을 디자인해줘서 고맙고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했을 때, 그 간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여성들이 이 일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는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 차장은 "이전 한화불꽃축제 때, 불꽃을 보며 감동받아 우는 분을 본 적이 있다. 또 매년 지켜보면, 모두들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참 보람찬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약 20명 불꽃 연출 종사…연봉 3천만 원에서 억대 수입도 가능

불꽃연출가는 국내 약 20명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에 따르면 불꽃연출에 대한 전문 과정을 과목으로 채택해 교육하는 곳은 거의 없다. 다만 일부 대학의 이벤트연출과 등에서 공연·축제·이벤트에 관한 일반적인 기획이론과 실습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불꽃연출가가 되기 위해서는 화약 관련 자격 취득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격증에는 화학류산업기사 및 기사, 화학류 관리 산업기사·기사·기술사, 화약취급기능사 등이 있다.

또한 화약관련 자격증 취득 후 불꽃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불꽃연출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화약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에서 실시하는 화약류관리보안책임자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주소지 관할 경찰청장이 주는'화약류관리 보안책임자 면허'를 취득하게 되어 불꽃연출가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추게 된다.

불꽃연출가로 자격을 갖추게 되면 화약을 다루는 기업체의 연화 사업부나 불꽃놀이 회사에서 근무, 또는 개인적으로 불꽃놀이 전문 회사를 경영할 수도 있다.

불꽃연출가는 반드시 이 일을 주업으로 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즉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문 자격증을 이용해 평생 동안 부업이 가능하다는 것.

미래직업연구팀 관계자는 "매번 불꽃 축제를 할 때마다 화약류관리보안책임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하므로 주말에 관리업무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높은 부업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국가행사 뿐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와 민간단체, 교육기관, 수련시설, 심지어 동호회 등의 소규모 단체까지 불꽃축제를 원하는 곳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부업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불꽃놀이 회사에 취직해 연봉을 받게 될 경우엔 자격등급과 경력에 따라 초봉 약 3000만 원 정도 수준이다. 그러나 불꽃연출가의 수입은 작품구상력이나 영업력 등 개인의 능력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실무능력을 갖추고 창업을 할 경우 억대 연봉에 달하는 수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대에 맞춰 충분한 역량을 갖춘다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무대까지 진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꽃연출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윤 과장은 "불꽃연출은 디자인 감각뿐만 아니라 화약의 특성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불꽃제조 과정을 알기위해 화약 공장을 찾고 화약에 대해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과의 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이면 도전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서울세계불꽃축제 준비 설치팀이 꼼꼼하게 이벤트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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