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과 각종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의 적자가 현실화되면서 유통업계가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으며 롯데마트는 국내에서만 537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홈플러스의 경우 비상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 롯데마트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는 주가 안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11월 13일까지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했다. 취득 예정 자사주는 총 90만주로, 이마트 발행주식총수의 3.2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사 주가가 실제 회사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했다. 지금이야말로 주가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고 이는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금액으로는 약 241억원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8일 162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방침을 공시했다. 현대백화점도 업황 악화로 들쑥날쑥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지난 3월 연중 고점을 기록한 이후 30% 이상 급락했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20만주(약 273억원 규모)를 장내 매수했다. 거래 후 롯데지주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39.5%까지 상승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자회사인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을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는 회사 차원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다졌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달 20~21일 이틀간 자사주를 각각 3000주씩 총 6000주 매입했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국내 전자제품 전문점 1위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책임경영에 힘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배경에는 고착화되는 유통업계 위기감을 완화시키고 주가 안정화를 통해 주주 가치 제고 뿐 아니라 향후 현금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더불어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의 제고 효과도 기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주식이나 자사주 매입과 함께 주요 유통업체들이 선택한 또 하나의 자구책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다. 이는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 자산 관리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마트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이랜드 등에서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세일 앤 리스백(점포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할인점 142개, 트레이더스 16개 등 158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는 이 가운데 자가 점포가 85.4%인 135개다. 이는 자가점포 비율이 50~60% 정도인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는 KB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자산유동화 점포를 선정한 후 투자자 모집 등 연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인데 예상 규모는 1조원 수준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구리점, 롯데백화점 광주점, 롯데백화점 창원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대구율하점, 롯데아울렛·롯데마트 청주점, 롯데마트 의왕점, 롯데마트 장유점 등 9곳을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처분한다고 지난 7월 공시했다. 처분 규모는 1조629억원 수준이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5월에도 알짜인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리츠에 넘기고 약 4200억원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 3월 흥행 실패로 코스피 상장 계획을 한차례 철회했던 홈플러스리츠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는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이 운영중인 대형 영업점 중 매출 상위권 다섯 곳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리츠를 운영하고 있다.
각 유통업체들이 부동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은 온라인 유통과 물류 등 신산업과 더불어 부진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될 전망이다.
이처럼 유통업계들의 생존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위기 탈출에는 한계가 있는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작금의 유통업 위기가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강력한 유통업 규제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부동산 매각 등의 조치가 과도하게 하락한 주가를 부양하거나 시장의 신뢰를 일부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 처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온라인 시대에 맞춰 부진 속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이미 물거품 된만큼 이제는 대체 가능한 사업을 육성하고 그것에 몰두하는게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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