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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천만위크' 행사, '대국민 사기' 의혹까지 받은 이유는?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9-07-30 10:57


지난 22일 시작된 카카오뱅크 '천만위크' 이벤트가 28일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연 5% 특판예금에 몰린 트래픽을 소화하지 못해 접속 불가로 다른 거래까지 마비돼 고객들로부터 지탄을 받는가 하면, '이자 2배' 26주 적금에 대한 실효성 논란까지 빚어지는 등 홍역을 치른 것.

지난 27일 출범 2주년을 맞은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순이익 65억6600만원으로 은행 설립 후 6분기 만에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 11일 서비스 시작 715일만에 1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 24일 카카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을 받으면서 자본확충 등의 운신의 폭이 넓어져, 금융권 판도에도 또다시 지각 변동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벤트가 고객 다수에게 실망을 안기면서, 금융사로서는 치명적인 '신뢰도 추락' 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논란 빚은 '1초 마감'…접속 장애 '대형 사고'

'1000만 고객 달성'을 기념해 카카오뱅크가 준비한 이번 행사는 진행 전부터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 상단을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이벤트가 시작된 지난 22일 오전 11시 즈음 메인 애플리케이션 서버가 마비되며, 일반 뱅킹 이용자들까지 40분 넘게 앱에 접속하지 못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신청을 통해 링크를 전달받은 고객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인 만큼, 접속 장애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더구나 해당 이벤트를 위해 기존 적금 계좌를 해지하거나 신용대출까지 받아 카카오뱅크 계좌로 옮겨 놓은 사람들이 적지 않아 불만은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에서 가입자 수와 수신고를 늘리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한도계좌로 하루 이체 한도가 200만원밖에 안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넣었던 돈을 빨리 빼내지 못한 고객들의 분노 게이지는 상승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도대체 당첨된 사람 있나요?" 라는 질문과 "카카오뱅크 계좌 닫고 탈퇴하겠다"는 글들이 넘쳐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카카오뱅크의 허위 과장 광고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주 전해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5% 정기예금 특판 상품은 사전신청자 106만8543명 중 0.13%인 1383명만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당초 예정됐던 100억원 한도를 넘어 실제 가입 총액은 113억2710만2265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뱅크 1년만기 예금이 2%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추가 이자 3%에 해당하는 금액은 3억4000만원 정도다. 이번 이벤트의 규모와 파급력을 고려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거품 마케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22일 사과문을 통해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할 것을 예상해 서버 증설 및 사전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를 뛰어넘는 접속 증가로 인해, 앱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이어지는 이벤트의 응모 시간 및 방법 변경을 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진행한 '26주 적금 이자 2배' 이벤트에서도 일부 접속 오류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22일 사고로 시작 시간을 오전 11시가 아닌 0시로 바꿨지만, 갑작스런 고지를 확인하지 못한 고객들이 몰리면서 일부에서 또다시 '11시 오류'로 혼란을 겪은 것.

더욱이 최대 1만원으로 시작해 주마다 최대 1만원씩 늘려가며 마지막 주 26만원을 넣는 적금 구조상, 이자를 2배로 받는다고 해도 추가로 받는 금액은 세후 1만원 남짓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달랑 1만원으로 고객을 우롱했다"는 비판마저 떠안게 됐다. 이번 특판 적금의 경우 만기까지 넣는 원금이 351만원이며 이에 대한 이자는 자동이체 가산이자를 포함하면 6개월(26주)에 2% 정도다. 그러나 처음 넣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1만원으로 뒤로 갈수록 금액이 많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 메리트가 그다지 없는 데다, 마지막 달은 1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넣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29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24일 진행된 이벤트를 통해 가입한 '이자 2배' 26주 적금 계좌수는 44만주에 달한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인데 당혹스럽다"며, "다음에는 좀 더 원활한 프로세스로 이벤트를 진핼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만 늘리면 능사?…금융사 신뢰도에 '치명타'

특히 이번 '5% 예금 대란'에서 비롯된 논란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불러오며,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카카오뱅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출범 2년도 안돼 가입자 10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뱅크는, 단숨에 중국의 위뱅크(1억1400만명)에 이은 고객 수 세계 2위권으로 올라섰다. 영업 초기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흑자 전환도 출범 6분기 만인 올해 1분기에 조기 달성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경쟁사 관계자가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뱅크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성공사례'로 꼽힌다"며 부러움을 표할 정도다.

또한 지난 24일 금융위원회가 카카오의 한국카카오은행에 대한 주식보유한도 초과 보유 안건을 승인하면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보유 지분을 현재 18%에서 34%까지 늘려 최대주주가 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는 기술과 자본확충 등에서 카카오와 더욱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 불거진 여러가지 논란으로 고객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향후 행보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접속 오류로 인한 장시간 대고객 업무 중단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조사 결과에 따른 징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내년 이후 추진할 기업공개(IPO)에서도 이번 '대란'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돈을 거래하는 금융사 특성상 신뢰도 문제는 숫자 그 이상을 의미한다"면서, "카카오뱅크가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1000만 고객에 걸맞는 규모의 시스템 구축은 물론, 서비스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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