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소리가 정적을 깨는 동시에 날아오던 표적이 산산조각 난다. 이와함께 연한 화약연기와 냄새가 사격장을 휘감아 돈다.
장맛비가 주춤했던 지난 주말, 충북 단양에 위치한 클레이사격장 풍경이다.
이날 모인 이들은 클레이사격 동호회 '네오프리헌터'와 'ATC(American Trap Clay Shooting)' 회원들.
|
영국에서 시작된 클레이사격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표적을 산탄총으로 쏘아 맞히는 스포츠다.
클레이사격은 애초 살아있는 비둘기(피전, Pigeon)를 날린 뒤 명중시키는 '피전 슈팅'이었는데,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에 비둘기 대신 진흙(Clay)으로 빚은 접시 모양의 표적을 사용하면서 클레이사격으로 불리게 됐다.
클레이사격의 표적은 지름 11㎝ 크기에 두께 약 25㎜, 무게 100g의 원반형 모양이다. 사용되는 총기는 '산탄총'으로 실탄을 발사하면 다량의 작은 구슬이 분산돼 날아가는 구조다. 이때 산탄총에는 두발의 실탄이 장전된다.
클레이사격의 종목에는 정식 대회용인 트랩, 더블 트랩, 스키트 등이 있고, 대중적인 아메리칸 트랩이 있다.
트랩은 땅 밑에 있는 5개의 방출기에서 표적을 쏘아 올리는 방식이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튀어나오는 표적을 향해 사격한다.
더블트랩은 트랩과 비슷하나 표적을 동시에 2개를 날려서 사격을 하며, 스키트는 경기장 양측 면에서 동시에 날린 표적을 사수가 위치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각도에서 맞히는 방식이다.
동호회 등 생활체육인들이 주로 즐기는 아메리칸 트랩은 표적의 속도를 약간 줄인 것으로, 이날 단양에 모인 '네오프리헌터'와 'ATC' 동호회도 이를 즐겼다. 속도를 조금 줄였음에도 시속 60~80㎞로 표적이 날아가기에 눈 깜짝할 새 시야에서 사라진다. 때문에 클레이사격은 고도의 집중력과 반사신경이 필요한 레포츠다.
이는 동호회원들이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오프리헌터를 이끌고 있는 박기현 대표(직장인)는 "온 신경을 집중해 방아쇠를 당긴 후 표적을 명중하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사라진다"면서 "사격을 즐긴 후 집중력과 동체시력이 향상됐고 다소 적극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산탄이 빗방울과 눈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설명했다.
ATC의 회장인 박동훈씨는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클레이사격 또한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처럼 자세를 고정적으로 유지하다 보면 신체의 균형감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여성회원은 "약 3㎏의 총을 들고 사격 위치를 이동하다보니 운동이 저절로 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이로인해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여성 회원의 수도 적지 않다.
이밖에 "적당한 긴장감과 스릴을 느껴 삶의 활력소가 된다", "대부분의 클레이사격장이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같은 취미를 지닌 사람들과 인간적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등의 클레이사격의 장점들이 있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레이사격을 취미로 하기전 '비싼 활동비용', '총기에 대한 공포' 등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호회는 "막연한 추측이 불러온 오해"라는 입장이다.
네오프리헌터의 박 대표는 "실제 총기가 반드시 있어야 클레이사격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절대 비싼 레포츠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입문 단계때는 사격장에 비치된 총기를 대여하고 탄환을 구입하면 된다는 것.
이때 소요되는 경비는 사격장별 차이는 있지만 대략 2만3000원(총기대여+접시이용+탄 25발 등 포함)정도이며 연간 회원으로 등록하면 회당 약 1만7000원 수준에 얼마든지 클레이사격이 가능하다.
개인총기는 신규 구입가의 경우 200만원~억대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중고로 구입하면 50만~1000만원대 중반까지면 가능하다. 물론 총기소지 위해서는 자신의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 대표는 "같은 모델이라도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중고차가격이 달라지듯이 개인총기 역시 상태 등에 따라 가격대가 다르다"면서 "동호회를 통하면 총기구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 사격조끼, 귀마개는 필수(사격장에서 임대가능)이며 필요에 따라 고글, 장갑 등을 구비하면 된다.
총기에 대한 두려움도 안전교육만 제대로 이수하면 충분히 떨칠 수 있다.
각 사격장에서는 국가대표 출신의 전문 코치들이 초보자들에게 사격에 대한 안전과 기본 스킬, 대처 요령 등을 교육하고 있다.
박 대표는 "총이라는 아이템이 다소 무섭거나 위험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각종 대회 출전, 실력 뽐내…"시작하는 순간 신세계"
동호회 활동을 하다보면 다양한 이야깃거리도 있다.
한 여성 회원은 "초보시절 실탄격발 불량이 생겼는데 확인해 보니 실탄 대신 루즈(립스틱)가 들어가 있었다"고 전했다. 립스틱과 산탄실탄의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동호회는 방송사의 출연 요청을 받기도 한다. 최근 한 종편에 방송됐던 연예인의 클레이사격 취미에 섭외를 받았던 것.
또한 취미가 삶의 일부로 커진 일도 있다.
박 대표는 "클레이사격 대회때 25발을 모두 명중, 우승했을 때 응원오신 부모님이 뿌듯해 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박 대표는 지난해 열렸던 대한체육회장기 전국생활체육 사격대회에서 아메리칸 트랩 부문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네오프리헌터 역시 각종 대회에서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등 클레이사격에 대한 애정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마다 8~10개의 생활체육 대회가 있는데 가능한 모든 대회에 참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클레이사격은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면서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힘들지만 시작하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동호회에 가입,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클레이사격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
|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