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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국회 간담회 개최…"암 생존자 4명 중 1명 직장에 안알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6-11 10:45


암 생존자 4명 중 1명은 본인의 암 투병 사실을 일터에 알리지 않을 예정이거나 알리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이유로 '편견을 우려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한암협회와 국립암센터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윤일규 국회의원의 주최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간담회는 대한암협회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암 생존자의 건강한 일상 복귀를 응원하는 '리셋(Re-SET: Re-Start Energetic Time!) 캠페인'의 일환으로, 특히 올해는 암 치료 후 경제 활동에 복귀하거나 치료와 경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암 생존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및 차별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번 조사는 대한암협회(회장 노동영)가 9개 의료기관(서울대병원, 연세대병원, 고려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병원, 가톨릭혈액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국립암센터)과 함께 올해 4~5월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암 생존자의 26.4%는 암 투병 경험 사실을 일터에 알리지 않을 예정이거나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비공개 결정 이유로는 '편견을 우려'(63.7%, 중복응답)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암 생존자의 69.5%은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차별 내용으로는 '중요 업무 참여, 능력 발휘 기회 상실'(60.9%)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 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데 정책적 제도적인 개선보다 '동료의 응원과 배려'(62.8%)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가장 격려가 되는 말은 자신의 존재감 자체를 인정해주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등의 언급이 1위(62.2%)로 꼽혔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20~40대의 경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라고 동료가 암 생존자를 지원해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해주는 말을 선호했다. 50~60대로 나이가 들수록 '암을 극복해낼 수 있어 또는 암 극복을 축하해'와 같이 암 극복 자체에 대한 격려와 축하의 말에 힘을 얻는다고 답해 암 생존자의 연령대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격려와 위로의 말이 차이가 있었다.

반면, 암 생존자의 심정을 상하게 하는 불편한 말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이 별거 아니죠'가 1위(59.6%)를 차지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라는 함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암 생존자 입장에서는 암종을 막론하고 암 자체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대에 따라서는 20~30대의 젊은 암 생존자일수록 '암도 걸렸는데 술, 담배 끊어야지'라며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에 대해 간섭 받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

아울러 대한암협회는 암 생존자들을 위한 장기적인 제도 개선 로드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암 생존자들의 생애주기적 특성과 종사 직종, 생활여건, 상황적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협회는 주장했다.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제도를 조사한 결과, 경제 활동과 가정을 시작하는 시기인 20~30대는 '교육 등 직업 복귀 준비 프로그램'(55.8%)과 '진로상담'(52.3%)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육아, 가사 등 도우미 지원'(38.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다른 연령 대비 두드러졌다. 직장 내 직책이 높아지고 자녀 양육으로 지출이 많아지는 40대는 '치료 기간 동안 고용 보장'(75.8%)과 '산정특례 기간 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8.5%)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연령보다 높았다. 50대는 우울과 무기력감이 많아져 '운동, 심리치료 등 재활프로그램'(53.2%)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의 순위가 전체 응답과 비교했을 때 높았다. 60대는 '일터와 병원 간의 먼 거리'(49.4%)가 암 치료와 업무 병행 시 가장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의 제도 강화'(65.1%)가 생활에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응답해 상관관계를 보였다.


암 생존자 조사 대상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암 치료 후 사회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교육 등 직업복귀 프로그램(52.9%) ▲치료와 검진을 사회 생활과 병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유연근무제(64.1%) ▲암 생존자를 배려하는 일터 환경 제도로는 암 치료기간 동안 고용 보장(71.9%) ▲일터 밖 개인 생활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제도로는 산정특례기간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4%)에 대한 응답률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대한암협회장이자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 노동영 회장은 "암 생존자들과 더불어 사는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암 생존자들의 상황과 입장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설문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 생존자들과 소통하는데 유용한 참고자료로 쓰이길 기대하며, 대한암협회에서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암 생존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암협회 집행이사이자 국립암센터장인 이은숙 원장은 "2년 연속 대한암협회와 개최하는 암 생존자를 위한 행사를 통해 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높아졌으며, 특히 올해는 암 생존자 주간을 맞이하여 대한암협회, 윤일규의원실, 국립암센터가 손잡고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암 생존자들이 희망을 갖고 행복하게 사회에 복귀하는데 큰 힘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은 "지금까지 암 생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간담회가 정말 뜻 깊고 감사하다. 그러나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정책으로 구현되어야만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가 활성화될 수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으로서, 1명의 의사로서, 암 생존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에서 대한암협회 집행이사인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10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지난 4월 응모된 암 극복 후 사회 복귀 수기 공모전의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대상으로 선정된 암 생존자 3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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