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이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또 다른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이끌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오는 29일 열리는 금호산업 주총에서 대표이사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호산업 실적 호조·그룹 재무건전성 개선 이끌어
1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오는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총에 상정했다.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33.47%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에어포트 등 상당수의 그룹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거느리고 있다. 때문에 박 회장은 금호산업 대표이사 자리를 놓칠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금호산업은 지난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냄과 동시에 부채비율도 크게 낮췄다.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1조3762억원, 영업이익 419억원, 당기순이익 67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액은 6%, 영업이익 37%, 당기순이익이 728% 증가한 수치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신규 착공현장의 증가로 원가율이 대폭 개선된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향후 매출액 증가와 이에 따른 영업이익의 지속적인 증가세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폭 증가한 당기순이익은 대우건설 인수시 발생한 우발채무 관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승소금이 반영된 덕을 크게 봤다. 또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은 전년말 대비 48%포인트(p) 줄면서 235%로 낮아졌다.
이같은 실적 호조는 주주친화 정책을 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금호산업은 2018회계연도에도 2017회계연도와 똑같이 보통주 1주당 500원, 우선주 1주당 55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1주당 500원은 시가배당률이 무려 4.2%에 달한다. 최근 은행 예금 이자가 연 2%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투자이익이 2배에 이른다. 연이은 높은 시가배당률로 증권가에서는 금호산업이 고배당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회장은 지난해 그룹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그룹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부를 담보로 제공하고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 ▲CJ대한통운 주식매각 ▲아시아나IDT·에어부산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낸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부채비율을 364.3%로 낮추며 2017년말보다 약 30%p 가량 개선했다. 지난해말 기준 그룹 차입금도 전년보다 1조2000억원 가량을 축소한 3조9521억원으로 낮췄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러한 재무구조개선 실적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내식 대란 등 악재 잠잠해져 대표이사 연임 무난할 듯"
이처럼 금호산업의 성장세나 한층 나아진 그룹의 재무건전성만을 따졌을 때 박삼구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장애물이 없는 건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의 경영실적이 썩 좋지 않은데다 '갑(甲)질' 등 과거 부정적인 이슈가 박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매출액 9조7835억원, 영업이익 2814억원, 당기순이익 1301억원의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4%나 감소했다. 이는 주력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부진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8506억원, 영업이익 1784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 2017년(2759억원) 대비 무려 35.3% 감소했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유류비가 4327억원 증가한 탓이다. 당기순이익 역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차손 등의 영향으로 104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게다가 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기내식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노밀(No Meal)' 사태를 빚은 기내식 대란은 기내식 공급회사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박 회장의 배임이나 횡령 여부를 들여다봤지만 결국 무혐의로 마무리돼 박 회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만, 이 와중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이 경영진의 경영 실패라고 주장하면서 박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지난해 7~8월 이어지면서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또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박 회장이 사내행사에 아시아나항공 여성 승무원을 강제로 동원하는 직장내 성희롱과 이를 거부한 직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고발하면서 박 회장은 벼랑 끝으로 몰리기도 했다. 이는 경찰이 최근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 무혐의로 마무리돼 가고 있다.
회삿돈으로 선산을 정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박 회장에게는 뼈아프다. 경찰은 전남 나주에 위치한 박 회장의 선산을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명당으로 꾸미는 작업에 그룹 계열사의 돈이 사용됐다는 혐의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얼마 전 박삼구 회장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회장이 이 사실을 인지했었느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박 회장을 짓누르는 악재가 잇달아 터졌다. 그러나 선산 정비 외에는 모두 혐의 없음으로 종료돼 재선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시민단체와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 갑질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의 한진칼과 대한항공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점도 박 회장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한진그룹처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에 의한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기에 주총장의 분위기에 따라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면서 "금호산업 실적이 좋고, 그룹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도 나아지는 것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재선임에 무게를 싣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도 "이번 3월 주총시즌에 박삼구 회장은 조양호 회장보다는 덜 주목을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주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내식 대란 등 악재가 잠잠해졌기 때문에 특별한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대표이사) 재선임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의 경우 시민단체 등에서 등기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고 있어 오는 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총에서 표 대결이 점쳐지고 있다. 조완제 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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