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으로 불리던 치킨 가격이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온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그동안 '소울푸드'로 인식됐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원을 터치함에 따라 '국민 간식'의 자리를 내놓게 생겼다. 소비자 일부는 벌써부터 치킨 가격 인상에 따라 에어프라이기를 구입하는 등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치킨가격 인상에 울상 짓는 것은 치킨프랜차이즈와 가맹점주도 마찬가지다. 생닭 원가와 배달비 증가로 인해 가격 인상에도 이익이 줄고 있다고 호소한다. 가격인상에 따라 소비자의 이용률이 적어질 수 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치킨가격 2만원 시대가 열리자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치킨가격의 2만원 시대는 이미 예견됐다. 갈수록 올라가는 임대료와 재료값, 배달료,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치킨가격 인상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값 2만원의 시대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누가 먼저 총대를 메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선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만을 위한 일로 평가하고 있지만 원재료인 생닭의 공급가격이 오르고 있어 치킨가격 인상이 치킨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육계 산지 가격은 지난해의 1418원과 평년 1599원보다 각각 3.5%, 14.4% 낮은 생체 1㎏당 1369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부터는 생계 구매가 늘어나 강보합세를 보이며 이달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55원보다 높은 1㎏당 1300∼1500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통상 대형 프랜차이즈는 10호 닭을 육가공업체로부터 3000원가량에 공급받아 4000∼5000원에 가맹 점주에 넘긴다. 그런데 최근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가맹점주가 납품받는 신선육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치킨업계에 치킨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킨 2만원 시대가 열리자 소비자들은 대안 찾기에 한창이다. 치킨전문점의 대형 할인행사를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조각 치킨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KFC는 배달 치킨 가격 상승을 맞아 올해부터 심야 치킨 조각 제품을 1+1에 제공하고 있고, 편의점 업계는 조각 치킨 운영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
KFC 관계자는 "치킨 가격 상승을 맞아 올해부터 심야 치킨 조각 제품을 1+1에 판매하는 '치킨 나이트' 판매 건수는 시행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0%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도 "조각 치킨의 구매 비중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GS25의 경우 편의점 매장 내 치킨 판매 확대를 위해 가맹점에 지원을 확대에 나서고 있고 이같은 움직임은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직접 생닭을 구입해 치킨을 즐기기 위해 에어프라이기를 구입하고 있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에어프라이기는 기름 없이도 간편하게 튀김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닭고기(닭다리·날개·절단육)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99%나 뛰어 2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어났다. 튀김기 역시 67%나 더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