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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과 또 다른 한해를 시작하는 연초에는 각종 모임이 줄을 잇기 마련이다. 즐거운 모임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와 숙취가 늘 고민이다. 피하기 어려운 술자리를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지 김경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도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용우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교수,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원장 등 전문가의 조언으로 알아본다. 이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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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로 가기 전에는 간단히 우유나 치즈 등을 먹어 두는 것이 좋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를 빨리 통과함에 따라 소장에서 흡수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반면, 간단한 요기로 허기를 채워두면 알코올의 흡수 속도가 50% 정도 감소돼 천천히 취할 수 있다.
또,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벽을 자극해 위 점막을 손상시키며, 공복 상태에서는 허기 때문에 음주에 대한 충동도 강해져 과음을 하기 쉽다.
◇물과 함께 마시고 대화를 많이 하라
술은 대화를 나누면서 천천히 마시고, 중간 중간 물을 마셔 주는 것이 좋다. 천천히 술을 마시면 뇌세포로 가는 알코올 양이 적어져 음주로 인한 뇌세포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물을 넉넉히 마시면 알코올이 물에 희석돼 덜 취할 뿐만 아니라 음주 뒤 숙취의 원인 중 하나인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성된 독소가 소변 등으로 원활히 배출돼 다음날 숙취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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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하게 돼 간과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술꾼들이 즐겨 마시는 소맥(소주+맥주)의 경우 맥주의 탄산가스가 알코올이 흡수를 더 빠르게 한다. 또, 목 넘김이 좋아 술을 더 빨리, 많이 마시게 만들어 쉽게 취하게 된다. 부득이 섞어서 마서야 한다면 도수가 낮은 술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흡연 역시 간의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므로 술자리에서는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일산화탄소가 알코올 해독에 필요한 간의 산소 요구량을 줄여 간의 부담을 높일 수 있고, 알코올 흡수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니코틴은 알코올에 잘 용해되기 때문에 술 마실 때 담배까지 피우면 더 빨리 취하게 된다.
◇안주는 지방 없이 스마트하게
안주는 가급적 많이 먹자. 감이나 두부 등이 건강 음주용 안주로 좋다. 감에는 위를 보호하는 탄닌이 있으며, 감은 이뇨를 촉진해 알코올 배출에 도움을 준다. 두부는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음주 시 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 외에, 비타민 C는 알코올 배설(청소율)을 촉진시키고 비타민 B 특히, 티아민은 뇌세포를 보호해주는 약리작용을 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알코올성 간질환이 쉽게 발생한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 생선, 두부, 치즈나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과일과 야채가 좋다. 다만, 지나치게 기름진 안주를 먹기보다는 육류 중에도 살코기 위주로 섭취하고, 식물성 단백질을 주로 섭취해 지방간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안주는 갈증을 유발해 술을 더 마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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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고취된 흥과 취기를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했다. 하지만, 음주 후 가무는 성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대사 작용으로 몸 안의 수분이 마르게 돼 성대가 상하지 않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물질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음주 뒤 갈증을 느끼는 이유도 이 같은 이유로 성대점막이 마르기 때문이다. 성대가 마른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하거나 특히, 노래를 부르고 고함을 치는 것은 성대에 이중으로 고통을 주는 셈이다.
◇간에 휴식 시간을 줘라
술자리는 가능한 연이어 하지 말고 적당한 휴식기를 갖는 것이 좋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면 간이 계속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의 부감도 높아지고, 간세포가 재생되는 시간도 부족해진다. 이에 따라 한 번 술자리를 갖고 난 후에는 최소한 2~3일 정도는 술을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술자리 후에는 우선 물을 충분히 섭취 해 알코올 성분이 가능한 빨리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커피는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촉진한다.
간혹 '해장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술을 마셔 속을 가라앉히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술의 마취 작용으로 몸의 괴로움이 잠시 완화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 간의 부담만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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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번 술을 마시면 적어도 이틀은 쉰다.
2. 자신의 주량 이상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취하는 것이 아니라 알딸딸할 정도가 좋다.
3.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물,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선이다.
4. 1시간에 소주 2병을 마시는 것이, 3시간에 소주 3병을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로우므로 가능하면 속주(速酒)를 피한다.
5. 술 보다는 대화를 즐긴다. 좋은 대화 내용을 메모하면서 마시면 더욱 좋다.
6. 음주전후와 다음날 꼭 식사를 하고 물을 자주 마신다.
7. 음주 다음날에는 가볍게라도 뛰어서 땀을 뺀다.
8. 업무상 술을 꼭 마셔야 한다면 주종을 도수가 낮고 부드러운 술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자료-강동경희대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