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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해진 날씨에 혈관과 관절, 피부 등 신체 곳곳의 이상을 호소하는 중장년층들이 늘고 있다. 치아도 예외는 아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입 안과 밖의 온도가 급격히 차이 나면서 잇몸이 팽창하거나, 치아에 균열이 생겨 이가 시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잇몸이 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구기태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주과 교수와 이인복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고광욱 파주 유디치과의원 대표원장 등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시린이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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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법랑질'이 바깥을 싸고 있으며, 그 안은 '상아질'로 구성돼 있다. 건강한 치아의 경우 찬 음식 등이 직접 닿아도 법랑질이 잘 보호하고 있어 자극이 상아질과 그 안의 신경까지 곧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즉, 이가 시린 증상은 치아 표면인 법랑질이 벗겨져서 상아질까지 자극이 바로 전달될 때 나타나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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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가 시린 증상은 충치가 깊거나, 충치 치료를 받은 이에 다시 충치가 생긴 경우, 외상으로 인해 치아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등의 손상이 있을 때 외부자극이 신경을 직접 자극할 경우 나타난다.
하지만, 충치나 풍치가 없고 육안으로 봤을 때에도 별 이상이 없는데 찬 것을 접했을 때 이가 시리고 아픈 증상을 느낀다면 '지각과민증후군'일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은 대부분 상아질 노출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가 시리다고 했을 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풍치'는 치아와 치주조직 사이에 염증이 생겨 잇몸뼈가 녹고, 잇몸이 내려앉음에 따라 바람에 이가 시린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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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질 노출은 탄산음료 등 산이 높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치아 표면인 법랑질이 손상돼 발생할 수 있다. 또, 마른 오징어와 누릉지 등 단단하고 질긴 음식물을 즐기는 경우에도 법랑질이 닳아서 상아질이 노출되거나 치아에 잔금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갈거나 악다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도 잘 나타나는데, 이 역시 치아 표면이 잘 닳아 신경조직이 외부자극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칫솔질을 할 때 힘을 줘 좌우로 닦는 것 역시 치아 뿌리와 표면을 상하게 하고 법랑질을 파괴한다. 너무 거칠고 단단한 칫솔모도 법랑질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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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린 증상의 원인이 충치나 치아 파절에 있다면 적절한 충치 치료나 파절된 치아의 수복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충치나 잇몸질환 등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이가 시린 경우 상아질이 노출된 것으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송곳니나 작은 어금니 부위에서 잇몸과 닿는 치아 부위에 칫솔질에 의한 자극으로 치아가 패인 경우 시린이 증상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 패인 잇몸 부위에 치아색과 유사한 복합레진이라는 충전재료를 이용해 손상된 법랑질과 상아질을 복구해 줌으로써 자극이 신경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도록 해 증상을 개선시킨다. 또, 칫솔질이나 식습관 등 생활습관의 교정도 병행하게 된다.
칫솔질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 하더라도 치아와 잇몸 경계부분이 날카롭게 깊이 패여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음식물 저작 시 치아가 미세하게 휘어짐과 펴짐을 반복하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법랑질과 상아질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같은 상황은 점점 심해지고 심한 경우 치아 신경의 노출과 치아 파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거울을 볼 때 패인 것이 관찰되거나 손톱으로 만져질 경우 빠른 시일 안에 치과를 방문해 복합레진 수복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잇몸에 염증이 동반된 치주질환 즉 풍치는 근본적으로 잇몸 치료를 통해 치주질환을 개선하고, 노출된 부분에 대한 적절한 처치로 시린이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증상이 아주 심해 수복 치료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치아신경 자체를 제거하는 치주수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치주수술은 먼저 잇몸을 열어 치아와 그 뿌리가 잘 보이도록 한 다음 잇몸 속의 세균성 치석, 염증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고 다시 잇몸을 닫아 봉합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잇몸 수술로도 회복이 어려운 경우는 뼈이식 수술을 통해서 인공뼈가 치조골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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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 및 구강 질환을 예방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세균성 플라그나 바이오필름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올바른 칫솔질로 치태와 치석의 형태로 존재하는 세균을 닦아내야 한다.
아울러 침이 잘나오게 해서 평소 입안이 잘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침은 입속에 들어온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씹기 편하고, 치아 표면에 있는 음식물을 씻어내며, 구강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침이 부족해 입이 마르면 구강 점막이 위축되고, 혀에 백태가 많이 낀다. 이로 인해 염증이 잘 생기면서 입안 점막에 궤양이 생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침은 나이 들면서 점점 줄어든다. 65세 이상 인구의 40% 정도가 구강건조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화로 인해 침이 만들어지는 타액선 기능이 떨어지면서 침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침이 잘 나오게 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우선 음식을 먹을 때 한입에 30회 정도 씹어야 한다. 침은 보통 1분당 0.25~0.35mL가 분비되는데, 음식을 오래 씹으면 최다 4mL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또, 평소 1.5~2L의 물을 마시면 체내 수분이 공급돼 침이 잘 만들어진다.
치아가 건강한 사람도 평소보다 강한 자극을 받거나,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리는 등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늘 마시던 냉수나 시원한 바람에도 이가 시릴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할 때 미리미리 관리하고 치료 받아야 할 곳이 없는지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