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차 판매가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모닝이 경차로 편입된 2008년에만 해도 월평균 경차 판매는 1만1000여대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1만7000여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월평균 판매량은 1만대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국내 경차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0.7% 감소한 9만2589대를 기록했다.
연간 판매량은 올해 12만대 수준에 그치면서 2014년의 18만6702대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에서 경차가 제외된 것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상위 차급 모델들이 개소세 감면으로 가격 인하 효과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이들 모델에 수요가 몰린 것.
경차시장이 위축된 더욱 근본적인 이유로는 경차 자체의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경차는 가격이 싼 데다 각종 세제상 혜택 또는 주차·통행료 할인 등이 있어 유지비가 저렴한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주행성능이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기대만큼 연비가 높지 않은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공간 활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들이 다양하게 출시되며 경차의 매력이 상당 부분 반감되고 수요가 대거 이동하는 상황이다.
실제 2013년 1만1998대에 그쳤던 소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 14만7429대로 크게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코나, 스토닉, QM3, 티볼리 등 소형 SUV 시장이 열리면서 경차 수요가 이동해갔다. 시장 전체적으로도 세단의 인기가 식으면서 SUV로 수요가 옮겨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업계의 경차 홀대도 시장 축소에 한 몫 했다. 경차 구매 혜택은 지난 10여년간 거의 바뀌지 않은 반면 친환경차 위주의 세제 혜택이 중점적으로 펼쳐지면서 경차의 강점이 희석됐다. 자동차업체들 역시 수익성이 낮다는 점 때문에 신차 개발이나 품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라는 큰 틀에서 경차 시장을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구매층의 수요를 충족하고 판매되는 모델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