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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내고 공사장 구경하라고?'…콘래드서울, 황당 '불꽃놀이 패키지' 내놓더니 보상도 논란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8-10-11 08:11


'반쪽 불꽃 보는데 100만원', '리버뷰가 아니라 공사장뷰'.

서울 여의도에서 지난 6일 열린 '2018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최고 160만원대의 초고가 상품을 내놓았던 콘래드서울호텔이 '황당'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불꽃축제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등의 화려한 선전 문구 속에 평소보다 2~3배 가격을 올린 상품을 내놓았으나, 일부 객실에서는 공사중인 앞 건물로 인해 불꽃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

고객 항의가 빗발치자 콘래드서울 측은 뒤늦게야 일부 환불 방침을 내놓았으나,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이용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콘래드서울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올리지도 않는 '오만한' 태도로 더 큰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서비스업에 이같은 걸맞지 않은 위기관리로 5성급 럭셔리호텔로서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는 평을 받게 됐다.

지나친 상술로 빈축 사더니, 허술한 사전 준비로 비난 받아…'5성급 맞아?'

콘래드서울은 한화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지난 2013년부터 관련 특별 패키지 상품을 운영해왔다.

올해 선보인 상품은 최저 62만원부터 최고가 164만원(세금 별도)까지. 이중 최저가인 피크닉 패키지는 이른바 '씨티뷰(city view)'가 가능한 상품. '리버뷰(river view)'를 보장한 제품은 최저가가 89만6000원인 '제스트 or 아트리오 디너 패키지'다. 여기에 성인 3인이 투숙을 할 경우엔 추가 1인당 7만원을 더 내야 하며, 엑스트라베드 이용료도 6만6000원이나 추가해야 한다. 심지어 룸서비스로 식사를 주문하지 않았을 경우 식기류를 별도 요청하면 개당 4000원을 따로 지불해야 했다. 3인이 리버뷰를 즐기려면, 세금 더해 100만원의 거액을 지불해야 했던 것.

한화그룹이 2000년부터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가슴에 내일을 향한 응원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이 행사에 매년 거액을 쏟아 붓고 있는데, 정작 이득은 콘래드서울이 보고 있는 셈이었다. 업계에선 자기 잇속을 챙기는데 급급해하는 콘래드서울의 상술이 지나치다는 이야기도 나오곤 했다.

그런데 설상가상, 올해 콘래드서울은 허술한 운영으로 투숙객들의 환불 요구에 시달리는 '대형사고'까지 쳤다. 이번 행사 기간동안 판매된 250개 객실 중 22층 이하 약 60개 객실에서는 완벽한 불꽃축제 관람이 불가능했던 것. 콘래드서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초고층 건물인 파크원에 가려 불꽃놀이가 거의 보이지 않은 객실도 있었다.


그나마 고층에서도 공사장 포크레인 탓에 '쪼개진' 불꽃을 봐야했다. 72층의 파크원은 2020년 완공 예정으로 현재 건물 외관이 상당 부분 완성된 상태다. 사전에 호텔 관계자가 점검만 했어도, 완벽한 관람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상황이다. 초고가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5성급 호텔답지 않은 엉성한 기획력과 준비로, 투숙객들에게 특별한 날을 망쳐버린 것이다.

마크 미니 총지배인의 공식 사과 없어… 일부 환불 방침 고수

콘래드서울의 보상안마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나마 처음엔 숙박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 했지만,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일부 환불 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를 본 이용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 콘래드서울 측은 체크인을 하기 전에 환불을 요청한 고객에 한해 100% 환불을 해주겠다는 입장. 일단 체크인을 한 투숙객에겐 약 50% 환불과 콘래드 이용권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평소보다 2~3배 더 가격을 올려놓고 기껏 50% 환불을 해주겠다는 제안에 피해 투숙객들은 분노하고 있다.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또는 온가족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이 날을 기다려온 투숙객들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끼쳐놓고, 정작 호텔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이야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현실적으로 체크인을 하기 전에 불꽃 축제 관람 여부를 어떻게 투숙객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투숙객들은 "호텔 측 설명만 믿고 축제가 시작되기 전엔 창밖을 쳐다도 안 봤다. 이미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나서야 문제를 깨달았는데, 룸을 이용했다고 전액 환불이 불가능하다는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어린 아이들과 함께 호텔을 찾은 가족 단위 투숙객에게 콘래드서울의 보상책은 더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투숙객은 "애들도 어리고, 이미 교통통제도 시작되고 있는 시간에 다시 이동을 할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가운데 콘래드 서울의 위기관리 과정은 더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지배인에게 언제 보고가 됐고, 보상안 등에 대한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내려졌는지와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향후 대책 등은 어떻게 되는지 취재를 했으나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사태를 무마하기에만 급급한 콘래드서울 측은 "인근 건물 완공으로 인해 일부 손님들께서 불꽃축제 관람을 제대로 즐기시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사죄드리는 마음이다. 피해를 입으신 고객분들께 연락을 취해 보상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미흡했던 점을 반성 및 반영하여 앞으로 개선해 가도록 하겠다.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고객분들께 다시금 사과의 말씀린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더욱이 이렇게 이슈가 커지고 있는데도,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는 마크 미니 총지배인은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정도 사건이면, 홈페이지에 총지배인 이름으로 사과문이라도 올릴 법한데 10일 오후 2시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년 간 유럽, 북미, 아시아 등지의 럭셔리호텔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콘래드싱가포르를 거쳐 서울에 온 마크 미니 총지배인은 지난 2016년 콘래드서울의 수장을 맡았다. 한국시장과 소비자에 대해 이제는 충분히 파악을 하고 있을 만한데, 논란에도 침묵하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용객들 사이에서 한국 소비자 홀대론이 불거지고 있다. 마크 미니 총지배인은 취임 당시 "콘래드서울이 한국을 대표하는 럭셔리호텔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으나, 이번에 제대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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