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서도 '탈 디젤화'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디젤은 연료 효율이 좋아 몸집이 큰 SUV에 필수로 여겨졌지만, 최근 디젤차에 대한 신뢰 하락과 규제가 강화되며 소비자들은 디젤 SUV 대신에 가솔린 SUV이나 하이브리드 SUV로 선택을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SUV 전체 판매량 총 29만194대 중 디젤 모델은 20만5598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70.8% 비중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역대 점유율과 비교하면 최저치에 해당한다.
이처럼 수년간 지속되어온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이유는 다양한 친환경 SUV 모델의 출시를 꼽을 수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디젤차는 소비자에게 '친환경차'로 알려져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차보다 적은 저공해차라며 각국 정부의 혜택까지 받았다. 그러나 2015~2016년 폭스바겐이 유해 가스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신뢰가 무너졌고, 배기가스 기준 또한 강화되자 완성차 업체들은 친환경 SUV 라인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것.
기아차 니로는 현재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세 가지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 또 기아차 쏘울은 올해 1∼7월 전체 판매량 1870대 가운데 전기차 모델(1437대)이 약 77%의 비중을 차지하며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올해 코나 일렉트릭(EV)과 수소전기차 넥쏘를 각각 출시하며 친환경 SUV 라인업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SUV는 과거만 해도 성능 면에서 소비자 신뢰도가 낮았다. 하지만 강력한 초반 가속력에 더해 늘어난 주행가능 거리와 저렴한 유지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젤 SUV 시장이 축소되는 데는 가솔린 SUV의 인기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각 SUV 차량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솔린 SUV 구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이는 기존에 오프로드 중심이던 SUV의 활용도가 최근 도심형으로 바뀌면서 디젤 엔진만큼 힘이 강하지 않더라도 정숙성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가솔린 모델에서 더 큰 만족감을 찾는 운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격을 비교해 보면 준중형급에서 가솔린 SUV가 디젤 SUV보다 3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이처럼 가솔린 SUV에 대한 인기가 높은 현상은 연비에 대한 부담이 적은 소형 SUV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소형 SUV 차급의 모델별 디젤 비중(올해 1∼7월)을 살펴보면 코나 21.5%, 트랙스 20.7%, 티볼리 27.4%에 그칠 정도다.
준중형 SUV에서는 르노삼성 QM6가 눈에 띈다. QM6는 가솔린 모델 출시와 함께 최근 3년간 디젤 비중이 100%→77.6%→30.1%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밖에 최근 5년간 디젤 모델 점유율이 투싼은 98.7%에서 90.9%로, 스포티지는 98.9%에서 88.7%로 각각 줄었다.
SUV 시장에서의 탈 디젤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에 대한 소비자 반감이 커진 데다 유럽 중심으로 정부가 디젤차 보조금까지 줄이면서 디젤차의 시장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디젤차 비중이 가장 높았던 SUV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며 "앞으로 소형 이상의 SUV 차급에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이 다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