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호텔 대전'이 본격화된다. 최근 국내 대기업그룹들이 호텔사업을 강화하거나 신축 계획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특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남매의 공격적인 행보가 업계에서 화제다. 또한 이들과 사촌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호텔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사촌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정유경 사장 역시 8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다음 달에 JW메리어트서울을 리뉴얼 오픈한다. JW메리어트는 신세계 지분율이 60%인 센트럴시티 소유다. 따라서 호텔사업은 크게 정 부회장이 관할하고 정 사장이 백화점과 패션 화장품 등을 맡아왔으나 지분 관계상 JW메리어트는 정 사장 지휘 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1996년 조선호텔로 입사한 정 사장은 자타공인 '호텔통'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및 센트럴시티 일대를 쇼핑·관광의 메카로 탈바꿈시키려는 큰 그림의 일환으로 정 사장은 이 호텔의 리뉴얼에 크게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JW메리어트 측은 "호텔 리노베이션에는 올슨 쿤딕, 카사포 등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거장들이 대거 참여해 럭셔리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는 2012년 본격적으로 한옥호텔 건립사업을 시작해 2016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어 1월에는 문화재청 심의도 통과했으며, 지난 5일 열린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조건부 통과했다. 이제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심의만 남겨놓고 있다.
호텔신라 대표이사에 오른 2011년부터 한옥호텔 건립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이부진 사장이 약 6년만에 꿈이 현실화되는 순간을 맛보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객실 수는 207개에서 91개로 대폭 줄었다. 당초 4층에서 3층, 다시 2층으로 층수도 낮아졌다.
현재 호텔신라는 2020년 착공,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장충동 호텔이 완성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최초의 한옥호텔인 동시에 서울시내에 자리잡는 첫 한옥호텔이 된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역시 호텔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SK네트웍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콤팩트 고급 호텔 '여수 다락휴'의 다음달 1일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오픈한 여행객을 위한 좁은 캡슐 호텔 '다락휴'가 1호점이라면, '여수 다락휴'는 3호점에 해당된다. SK네트웍스 워커힐은 1터미널 '다락휴'가 인기를 끌자 작년 말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2호점을 내고서 이번에 여수에 3호점까지 오픈하게 됐다.
SK네트웍스 측은 "여수 다락휴는 젊은 여행자들이 추구하는 효율성과 작은 호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좁은 공간에 특급호텔의 고급 서비스를 추가해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임대주택사업으로 성장한 부영그룹도 레저·호텔사업을 키우고 있다. 2015년 '제주 부영호텔&리조트'를 오픈한 데 이어 서울 소공동에 5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성수동 뚝섬 인근에도 5성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업계는 다른 업종을 영위해온 대기업이 호텔업에 크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효과에서 찾고 있다. 호텔이 면세점이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쇼핑 채널과 공간적으로 결합될 때 양쪽 모두 수익적 측면에서 크게 이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모객 효과는 물론, 동일 이미지로 브랜딩이 가능하고 대규모 마케팅 또한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더불어 호텔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기업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레스케이프호텔 김범수 총지배인은 "신세계그룹이 유통업을 하는 만큼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 객실내에 소매상품을 비치해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호텔 입지는 더욱 좁아지겠으며, 향후 관련 업계의 경쟁 과열도 우려된다"며 "부티크 콘셉트의 소규모 호텔들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호텔업 자체가 포화상태"라며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라 사실상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거나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