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규직으로 전환이 됐지만 처우는 비정규직 때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1년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SK브로드밴드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촉발, 신뢰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희망연대 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부터 30일까지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소속 조합원 1402명중 90.8%인 1273명이 파업 찬성에 밝혔다. 홈앤서비스의 파업의 배경에는 정규직 전환 이후 처우 개선에 변화가 없다는 게 자리 잡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홈앤서비스의 설치 직원의 기본급은 평균 158만원이다. 내근직의 경우 외근직인 설치 기사보다 10만원이 적은 148만원 선으로 주 40시간 한달 기준 최저임금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 급여는 포인트라 불리는 실적에 따라 받는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SK가 처우 개선 약속을 내팽개치고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체계를 주장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직접고용이 아니라 덩치만 큰 하청회사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간 근로 등으로 유발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대처와 안전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임금 확대를 위해 직원 간 실적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설치 업무 등을 하는 노동자들은 전신주나 옥상 등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하지만 안전교육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홈앤서비스 대전지역 고객센터 소속으로 일하던 30대 수리기사가 아파트 계단에서 작업을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당시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했던 회사의 실적 압박과 과도한 업무, 부실한 안전지침이 낳은 산업재해"라며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고 2인1조 근무와 실적 강요 금지, 인원충원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브로드밴드가 7월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앞두고 도입을 추진 중인 유연근무제는 '수당 삭감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유연근무제는 야간·휴일 노동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유연근무제 일환으로 홈앤서비스 직원을 4개 조로 나누는 형태의 시차근무시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은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B그룹은 화요일~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C그룹은 월요일~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9시, D그룹은 화요일~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토요일은 12~15시) 근무하는 방식이다. 초과수당 대신 유연근무수당을 도입해 B그룹 10만원, C그룹 15만원, D그룹 20만원을 지급한다. 기본급이 낮은 상황에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선 주말과 야간 근무가 포함된 D그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연근무제 도입이 이뤄지면 도입 이전 D그룹과 같은 시간대 근무자들의 평균 초과수당이 60만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당도 40만원 가량 줄어들게 된다.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의 노사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홈앤쇼핑의 설립은 '정치적 쇼'가 아닌 사회적 기업으로서 하청업체 직원들의 불안한 고용환경의 안정화 등을 위한 대승적 결정이었던 만큼 무조건 '비난'의 대상이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이 모범적인 사례로 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연근무제를 운영할 계획은 없으며 노사간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