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태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제 관심은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당국은 1심 판결을 지켜본 후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 은행권 역시 추후 채용비리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 때문에 숨죽이고 있다.
뒤를 이어 대구은행은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은행장을 포함해 8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은행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7차례에 거쳐 시험점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박 전 은행장은 지난해 11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은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졌지만 2명이 구속기소·함영주 은행장 포함 5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함 은행장은 2015-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를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국민은행 역시 총 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모 전 부행장 등 3명은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광주은행의 경우 전 부행장 2명을 포함한 4명이 기소됐다. 광주은행은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특히 양모 부행장은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 면접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부여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10월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은, 금감원이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5개 은행을 검사하면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넘기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에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하나금융 사장 시절 채용 청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퇴하고, 금감원 특별검사단이 채용비리 재검사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청년실업률과 양성평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은 교육단체·여성단체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에 따라 은행 임직원이 은행의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한 경우 해임, 면직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당국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징계까지는 시일이 적지 않게 걸릴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동시다발로 수사를 벌였다. 또 올 5월에는 금감원으로부터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