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동북부에 에게르(Eger)라 불리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있다. 규모는 작아도 예사롭지 않은 고을이다. 입지가 매우 중요해 이 고을을 거쳐야 부다(현 부다페스트), 프레스부르크(현 브라티슬라바), 비엔나 등의 대처에 닿을 수 있다. 1299년 흥기한 오스만 제국의 입장에서 다뉴브 강 건너 비엔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이 고을을 반드시 밟고 넘어야 할 길목이었다.
1552년 가을 티샤 강 쪽에서 하늘을 뒤덮는 먼지를 일으키면서 오스만 제국의 대군마가 치달아 오고 있었다. 두 갈레에서 에게르로 진격해 왔다. 제 1진은 총사령관 아흐메드(Ahmed)가 본국 아드리아노폴(현 에드린느)에서 출진한 군세였고 제 2진은 이미 제국이 점령하고 있던 부다(현 부다페스트)에서 떠나온 알리 장군(Ali Pasha)의 군세였다. 모두 8만명. 이에 비해 에게르 성을 지키고 있는 도보 장군(Istv?n Dob? de Ruszka)의 수비군은 고작 1,935명에 불과했다.
|
10월 17일, 제국의 군사들은 더 이상 싸울 전의를 잃고 북유럽의 찬 겨울이 닥치기 전 하릴 없이 에게르 성의 포위를 풀고 퇴각을 개시했다. 38일 간의 포위망 속에서 처절한 싸움을 승리로 이끈 에게르의 군사는 300명의 목숨을 잃은데 비해 오스만 군대는 8,000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도보 장군의 승전 소식은 전 유럽으로 바람을 타고 번졌다. 당시 터키의 지배를 받아왔던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내 일처럼 반기며 뜨거운 환호로 에게르 승리의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
승전의 원동력을 제공해 준 것은 와인이었다. 원래의 이름은 '에그리 비카바'. 와인을 빚는 산지는 헝가리 북동부 지방의 에게르. 이 와인을 빚는데 쓰이는 포도종은 카다르카(Kadarka)이다. 달리 이 와인의 별명은 '황소의 피'('bull's blood of Eger')로도 불린다. 질이 좋은 에그리 비카바는 짙은 탄닌, 훌륭한 구조감을 갖고 있어 헝가리 레드 와인 가운데 수작(秀作)으로 친다. 샤프트레이딩(대표 박성환)이 한국시장에 들여오고 있다. <와인리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