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동북부에 에게르(Eger)라 불리는 자그마한 시골 마을이 있다. 규모는 작아도 예사롭지 않은 고을이다. 입지가 매우 중요해 이 고을을 거쳐야 부다(현 부다페스트), 프레스부르크(현 브라티슬라바), 비엔나 등의 대처에 닿을 수 있다. 1299년 흥기한 오스만 제국의 입장에서 다뉴브 강 건너 비엔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이 고을을 반드시 밟고 넘어야 할 길목이었다.
|
10월 17일, 제국의 군사들은 더 이상 싸울 전의를 잃고 북유럽의 찬 겨울이 닥치기 전 하릴 없이 에게르 성의 포위를 풀고 퇴각을 개시했다. 38일 간의 포위망 속에서 처절한 싸움을 승리로 이끈 에게르의 군사는 300명의 목숨을 잃은데 비해 오스만 군대는 8,000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도보 장군의 승전 소식은 전 유럽으로 바람을 타고 번졌다. 당시 터키의 지배를 받아왔던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내 일처럼 반기며 뜨거운 환호로 에게르 승리의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