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회계기준 강화를 앞두고 지난해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한 규모가 4배 넘게 증가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같은 우려가 확산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 위주였던 것에 손해보험사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5000억원과 5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농협생명은 후순위채로 5000억원을 조달했다.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 5850억원에 후순위채 150억원을 더한 6000억원을 발행했다. 손보업계에서도 현대해상이 5000억원, DB손해보험이 4990억원의 후순위채로 자본을 확충했다.
문제는 후순위채든 신종자본증권이든 어디까지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오는 '빚'이라는 점이다. 이럴 바에야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KDB생명이 올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7.14%에 달하는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산운용 수익률을 웃도는 조달비용을 지불한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법적으로 허용된 한도에서 발행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채무 방식의 자본 확충에 앞서 이익 잉여금을 배당으로 돌리지 않고 쌓는 내부유보, 대주주 등의 유상증자 등 '현금 투입'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만으로 IFRS 17과 K-ICS 도입을 대비하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우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