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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백화점' 오명 씻겠다던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 왜?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8-05-25 08:04


새마을금고가 지역 이사장들의 '갑(甲)질'과 채용 특혜 의혹으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24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박 회장은 지난 2월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선거 당시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의 검찰 조사로 선거의 혼탁함이 드러나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인천지역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개고기를 준비하게 하는 등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는가하면 또 다른 대전지역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 특혜와 횡령 의혹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고질'로 지적되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내부통제시스템 미비에 대한 의식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서민금융협동조합인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기준 총자산 143조원으로, 금고수는 1321개·거래고객은 1900여만명에 이른다.

신뢰 회복·공명 선거 강조하던 박차훈 회장 '수상한 혐의'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 대상이 된 박차훈 회장은 지난해 추석 대의원에게 접시 등이 포함된 선물을 보내는 등 선거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투표수 348표의 57.2%인 199표를 얻어 제 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됐고, 지난 3월15일부터 4년 임기가 시작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중 지역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 348명이 온라인투표로 뽑는다.

이번 조사는 선물세트를 받은 전남 지역 대의원이 선관위에 신고해, 선관위가 사실관계 확인 후 관할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임직이었던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이번 17대부터 권한이 축소된 비상임직으로 전환됐고, 올해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과정을 위탁한 바 있다.


박 회장의 검찰 소환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신뢰 회복을 강조하던 박 회장의 혐의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15일 취임식에서 "새마을금고가 회원으로부터 신뢰받는 금융기관,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협동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전국 새마을금고와 중앙회 관계를 수평적인 동반자로 발전시키고 이사장 동시선거를 개최해 공명한 선거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검찰 조사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상당히 차갑다. 특히 박 회장이 지난 2014년 열린 16대 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의혹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선관위에 위탁해 치러진 만큼 중앙회 쪽에서는 그 과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 박차훈 회장 검찰 소환 건에 대해서도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연이은 갑질 논란…내부통제시스템 여전히 문제로 지적

새마을금고의 내부통제시스템 부실 문제는 박차훈 회장 취임 후에도 계속 지적돼 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대전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횡령·갑질·아들 취업 특혜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다. 해당 이사장의 아들 채용 논란은 물론 금고 돈 횡령, 차명계좌 개설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 직원들로부터 상품권 수수, 정치후원금 강요 등의 갑질 각종 의혹으로 경찰 수사 중인 사실이 밝혀진 것. 문제의 이사장은 이로 인해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1개월 직무정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아들 채용의 경우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 "상품권 상납이나 정치후원금의 경우 검찰 조사 중인 사항으로 언급하기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동안 개고기를 삶게 하는 등의 논란으로 지난해 10월 경찰에 입건됐던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이달 초 열린 총회에서 해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이사장직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가 된 이사장은 지난해 6~8월 근무시간에 직원들에게 회식용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하고 회식 참석을 강요한 혐의(강요 및 새마을금고법 위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측은 성실의무 위반과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 8일 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됐다. 새마을금고법상 해임 결정은 대의원 3분의 1의 동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강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이사장이 향후 이사장직을 계속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당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관리를 받지 않는 새마을금고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감독기관의 전문성 제고와 투명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새마을금고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는 만큼, 감독에 있어서 금융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시장변화에 적응은 물론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도덕적 해이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새마을금고법 등 내부법과 외부법을 임의로 적용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해야하는 금융사로서 내부통제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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