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맞물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점이 봄날을 맞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면세점은 대표적인 남북 화해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부진했던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면세점업계 관계자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화해 무드로 외국인 방문객, 특히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돌아오면 면세점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던 면세점 업계는 2016년부터 사업자수가 증가하고 지난해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단체관광객인 유커의 발걸음이 끊기며 암흑기를 맞았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사업권을 반납하고 시내 신규면세점들의 오픈이 늦춰지기도 했다.
지난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15억6009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9억3195만 달러보다 67.4% 증가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월과 비교하면 31.4% 늘어난 수치로, 지난달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2% 증가한 12억6466만 달러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에는 2월 평창올림픽도 있었지만 3월 중국의 여성들에게 선물을 하는 '부녀자의 날'이 이러한 매출 증가에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7일 호텔신라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8.1% 증가한 1조1255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42.3% 신장한 442억원을 기록하는 등 '어닝서프라이즈' 개가를 올렸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1분기에 홍콩공항, 인천공항 제2터미널, 제주공항 등 신규 면세점 실적이 포함되면서, 좋은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러한 회복세와 더불어 남북정상회담이 한중관계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유커가 본격적으로 돌아올 경우 따이공들에 의존한 매출이 분산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면세점의 보따리상 매출 비중은 압도적이다. 지난달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증가한 801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보따리상이 오전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 갤러리아·신라 등이 개점시간을 앞당기기도 할 정도다. 그러나 따이공들에게는 '대량구매 할인'이 불가피한 만큼 수익성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면세점 업계의 볼멘소리다. 따라서 유커의 귀환에 거는 업계의 기대는 크다.
다만, 중국 측에서 아직까지 한한령을 구체적으로 풀지 않고 있어서 단시일내 효과를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드 보복'의 최대 피해 업체로 꼽히는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단체관광의 경우 수개월 전에 예약이 이루어지는 만큼, 유커의 본격 귀환에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국에서 단체비자 금지를 풀고, 전세기·크루즈 운항과 한국상품에 대한 온라인판매를 허용해야 본격적인 유커의 귀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5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찰·강남 신규 시내면세점 등 '지갗동' 예고
이러한 면세점 업계에 부는 훈풍 속에 롯데면세점의 사업권 반납에 따른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전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지난해 매출은 21억 달러(약 2조3313억원)로 세계 공항 면세점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지난 2월 롯데는 인천공항 1터미널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DF3 구역)를 제외하고 향수·화장품(DF1), 피혁·패션(DF5), 탑승동(전품목·DF8) 등 3곳의 사업권을 반납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롯데가 반납한 3곳의 사업권을 향수·화장품(DF1)과 탑승동(전 품목·DF8)을 통합한 구역과 피혁·패션 구역 등 2곳으로 재구성해 입찰을 진행한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입찰 마감은 5월 24일이다. 임대료 최소보장액은 롯데가 지난번 입찰에 참여했던 2014년보다 30∼48% 낮아졌다.
지난달 20일 열린 입찰설명회에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빅3'를 포함해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 HDC신라, 두산, 세계 1위 면세사업자 스위스 듀프리의 자회사 2곳 등 9개 업체가 참석할 만큼 열기가 후끈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는 조기사업권 반납으로 인천공항과 갈등을 빚었던 롯데의 참여 여부와 더불어 '중복낙찰 허용'으로 인한 독과점 가능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우선 지난달 17일 발표된 관세청의 인천공항 면세점 특허 심사 공고에 '철수 사업자'에 대한 감점 조항이 분리돼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편으로는 감점 폭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시티면세점(시티플러스)이 신라면세점이 2곳을 '중복낙찰' 받을 경우 화장품·향수 사업권 독과점이 우려된다면서 인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제1터미널 특허권 취득에 선두주자로 꼽히는 신라면세점에 대한 '견제'로 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24일 제안서 제출 이후 심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는 신규 시내면세점들 또한 면세점 업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서울시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연결된 센트럴시티에 시내면세점을 올해 7~8월 중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서울시 강남구 무역센터점 2개층을 면세점으로 리모델링해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에 오픈하는 2개의 시내면세점이 기존 명동 주변의 '대세 면세점' 대비 얼마나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