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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72)씨는 지난 1년 동안 걷지 못하고 다리에 물이 차올랐다 내려갔다 하면서 무릎에도 통증과 경련이 수시로 찾아왔다. 결국 큰 병원을 찾아간 김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받고 약간의 퇴행성 변화는 나타났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가 처방받은 것은 스트레칭 운동과 경구용 진통제, 심하게 아플 때 맞는 스테로이드 주사뿐이다. 30분 이상 기다려 진료를 받았지만 촉진도 하지 않고 컴퓨터만 쳐다보다가 좀 더 지켜보자는 말만했다.
섬유근육통은 근골격계 전반 특히, 힘줄과 인대, 근육, 근막, 지방연부조직 등에 만성적인 통증과 뻣뻣함, 감각이상 등을 느끼고 수면장애와 피로감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원인은 세로토닌 감소,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 감소, 통증유발물질인 P물질(Substance P) 증가, 자율신경계 기능 부전 등 통증에 대한 지각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감염증, 수술 등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허리, 목, 어깨, 무릎, 다리 등에서 경직되거나 얼얼하거나 은근히 아픈 경우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경직은 아침에 심해졌다가 낮이 되면 풀리는 양상을 보이지만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만성 피로감과 두통,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과민성방광, 과민성대장증후군, 월경통 등이 자주 동반된다.
18개 특정 신체 부위에 중 11군데 이상에서 유의한 압통을 호소하면 섬유근육통을 의심할 수 있다. 정상인들은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에 예민하게 통증을 느끼는 특징을 보인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일부 젊은 의사들이 진료의 기본인 시진·촉진·타진·청진을 등한시하고 컴퓨터에 기록된 데이터에 의지해 진료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섬유근육통과 근막통증증후군 같은 질환을 간과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런 모호한 질환은 오히려 CT나 MRI보다 초음파가 더 효과적인 진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로이드는 세포 간 신호전달을 차단한다. 일정한 통증과 염증은 인체의 질서를 깨우치는 순기능도 있는데 스테로이드가 이를 저지하면 인체는 둔감해져서 종국엔 통증과 염증에 대한 자기조절능력을 잃게 된다.
최세희 연세에스병원 원장은 "섬유근육통 환자는 스테로이드에 장기간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세포 단위에서 기능이 활성이 떨어진 상태를 흔하게 보인다"며 "디톡스와 영양주사요법으로 아프기 이전의 상태로 돌리는 게 최선의 솔루션"이라고 추천했다.
영양주사요법이란 독이 빠져나간 곳을 비타민·미네랄 등 영양물질로 채워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내과의사 존 마이어스가 고안한 정맥영양주사요법(IVNT)인 '마이어스 칵테일'이다. 유해물질의 해독, 만성피로와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해소, 스트레스와 불면증 완화 등에 도움을 준다.
심영기 원장은 "섬유근육통 환자는 아파서 수시로 병원을 찾지만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건강염려증에 빠지기도 한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취미생활과 운동, 가벼운 스트레칭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