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임대료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요구에 인천공항공사는 '합리적 기준'이라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인천공항에서는 지난 1월 18일 제2터미널 오픈과 동시에 대한항공, 델타, 에어프랑스, KLM 4개 항공사가 기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옮겨갔다. 인천공항공사와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들은 이를 계기로 임대료 인하 협상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터미널 개항으로 이용객이 감소한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에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27.9%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먼저 27.9%를 할인해주고 6개월 마다 실제 이용객 감소분을 반영해 재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2터미널 개장 이후 2개월간 1터미널 면세점 매출감소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매출감소 폭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임대료를 인하해달라는 일부 면세점의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면세점 업계는 '30%+α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1터미널에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고객 분산 외에도 항공사 이동에 따른 고객 단가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1터미널 내 기존 서편에서 동편으로 이전하는 것도 면세점 업계는 악재로 보고 있다. 외국계 항공사와 저비용 항공사(LCC)만 남게 되는 1터미널 서편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등 대부분의 기존 면세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이 옮겨가는 동편에는 원래 롯데면세점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최근 주류와 담배 코너를 제외한 모든 매장을 철수하기로 한 상태다.
문제는 면세점 업계가 주장하는 '대형 국적 항공사 프리미엄'의 존재 여부나 크기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7~10월 외부 용역을 통해 항공사별 승객의 구매력을 산출하려 했으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용역검토결과 (업계 요구인) 객단가의 신뢰성 문제 및 구매력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산출하기 어려웠다. 이를 반영한 임대료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임대료 일괄 인하안의 합리성을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업계 간 입장차가 팽팽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매출에 연동한 임대료 체계 적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은 최저보장액과 영업요율에 따른 임대료 중 높은 금액을 납부하는 반면 인천과 김포를 제외한 공항 면세점은 영업요율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대부분은 영업요율을 적용한 임대료가 더 낮아 최소보장액을 납부하고 있는데 이를 영업요율 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계속된 매출 감소로 고민 중인 1터미널 입점 면세점들은 당장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달 말 1터미널 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면세점의 후속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또 김포공항에서도 시티플러스가 다음 달 철수하게 돼 후속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만약 면세점 사업자들이 신뢰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추가적으로 (임대료)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어떤 임대료 책정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의 규모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