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소득자의 소득은 늘었지만 저소득자의 소득은 줄어드는 등 국내의 가계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50대 이상의 은퇴자의 40% 가량은 특별한 계획 없이 은퇴를 맞았다.
눈길은 끄는 점은 국내 가계소득의 양극화다. 지난해 전문직(322만원→341만원)과 사무직·공무원(302만원→311만원), 자영업자(275만원→309만원) 등 고소득 직업군의 월평균 소득은 늘었다. 반면 판매 서비스·기능·생산직(248만원→239만원)과 프리랜서(185만원→148만원)는 감소했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정규직(304만원→319만원)은 늘어나며 300만원대에 안착했지만 비정규직(210만원→174만원)은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득 격차는 1.5배에서 1.8배로 커졌다.
가계소득 양극화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 증가와 교육 격차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로 연결된다. 신한은행 조사결과 30대 미혼 중 45.6%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중 절반인 24.9%는 본인의 경제적인 사정으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등이 심화되고 있어 주택자금 마련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최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캥거루족은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30대 미혼 '캥거루족'의 56.8%는 남성이었다. 평균 소득은 234만원으로 동년배 독립가구보다 20만원 적었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4%로 30대 미혼 독립가구(46.4%)보다 높았고, 저축 비중은 31.1%로 독립가구(32.4%)보다 낮았다.
현재 경제 활동을 하는 2030 세대 중 미혼으로 혼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29.5%였다. 2030 세대 미혼 1인 가구의 48.5%는 직장 때문에 혼자 살았고,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원해 1인 가구가 됐다는 응답도 29.3%였다. 혼자 사는 2030 미혼 근로자의 초기 독립자금은 평균 2917만원으로 이중 90.4%가 주택 마련에 들어갔다. 2030 미혼 1인 가구의 50.7%는 독립 시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가족의 지원을 받았으며, 12.6%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활용했다.
가구소득 양극화는 자녀 교육 양극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내 보통사람은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로 총 8552만원을 지출했다. 이중 사교육비는 6427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단기 어학연수 등을 고려하면 자녀 1인당 교육비로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1억4484만원으로 300만원 미만인 가구(4766만원)의 3배에 달했다. 10명 중 2명은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고, 고소득층은 이보다 2배가 많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교육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유학 및 연수 비용 마련을 위해 고소득층은 보유 금융자산 67.1% 또는 부동산 임대 소득 13.7%을, 저소득층은 금융기관 대출 15.1% 또는 가족·친지로부터 경제적 지원 17.3%를 활용했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주변 학부모들과 정기적으로 모이는 경우(16.1%)가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엔 유명 강의를 등록하거나 유료의 진학 컨설팅을 받는 비율이 20.5%나 됐다. 학군을 고려해 이사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했으나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4.9%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한 경험이 있었다.
저축 적어 50대 이상 창업률 감소세
소득 양극화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소득이 낮은 경우 제대로 된 은퇴준비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출에 막혀 은퇴를 위한 저축 등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조사 결과 50대 이상의 은퇴자 38.3%는 계획 없이 은퇴를 맞았다.
은퇴 이후 월평균 가구소득은 381만원으로 은퇴 전(525만원) 보다 144만원 줄었다. 은퇴 후 소득은 연금 소득이 49.8%였으며, 이자나 배당금 등 금융 소득과 보유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자산 소득이 21.7%였다. 은퇴 계획자는 전체 소득에서 연금 소득 비중이 55.2%로 높았다. 그러나 은퇴 무계획 자는 연금 소득 비중이 41.1%로 낮았고, 자녀·친지·정부 지원 비중(18.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은퇴자의 56.1%는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했던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은퇴 무계획자의 경우 59.7%가 생활비 부족을 겪었다. 생활비의 부족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창업에 나서는 이들은 줄고 있다. 창업을 시작하는 연령은 2012∼2014년에는 50대 이상이 19.6%까지 올라갔지만 2015년 이후로는 13.4%로 떨어졌다. 초기 창업자금은 평균 9218만원이었고 이중 5540만원(60.1%)는 자력으로 마련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가족의 도움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