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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관광포커스=대형항공사, 여행사에 항공권 간접판매 수고 보존해줘야 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8-02-02 11:00



21세기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의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되는 사안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인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자각,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인류가 전례 없이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바로 이 같은 인간의 행복추구 영역을 백업시켜주는 행복산업이다. 그러니 어찌 발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내 관광산업 종사자들, 그중 중소규모 여행업자들은 요즘 결코 행복할 수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가 밝다는 블루오션 영역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정작 자신들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여행업이 워낙 외생적 리스크가 커서 불안정 한데다, 만성 불경기에 구조적 문제점까지 떠안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사드, 메르스, AI 등 외생적 리스크야 쉽게 짐작이 간다. 그런데 구조적 문제는 또 무엇인가? 항공여행업계 사람들은 항공권간접판매 수수료제도 폐지를 그 대표적 사례중 하나로 꼽는다. 국내 대다수의 여행사들은 항공사들이 항공권간접판매 수수료(발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불만이 크다. 이 문제로 지난 가을에는 공청회까지 열었다.

최근 10여년 사이 관광산업 발전의 큰 축인 항공사와 여행사는 불협화를 겪어 왔다. 두 주체의 갈등은 결국 '상생의 문제'로 까지 비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실상은 이렇다. 항공권 판매는 직접 판매와 간접 판매로 이뤄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항공사의 티켓 직접 판매가 늘고 있다. 그 이유를 두고 시각은 엇갈린다. 'IT시대 소비자의 트렌드 따라잡기'와 '항공사의 수익구조 개선 노력'이 그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이전 시대까지 항공사와 여행사의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종이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는 항공사나 여행사 판매 창구가 유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항공사는 여행사에 발권 수수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런 비즈니스 관행이 IT시대 도래와 항공시장의 치열해진 경쟁구도 속에서 깨지고 말았다. 고유가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등장 등으로 항공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유통비용 절감을 요구하게 되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이후 항공사들은 여행사에 지급하던 발권 수수료를 제한·중단한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발권수수료를 기존 9%에서 7%로 내렸고, 2010년에는 양사 모두 전면 폐지했다.

현재 국내 항공권 시장은 2017년 기준 대략 12조 원에 이른다. 그중 간접판매 비율이 80%에 달하니 그 규모는 대략 10조 원쯤이 된다. 간접 수수료율 9%를 감안하면 그 액수는 어림잡아 1조원에 육박한다. 국내 항공권 판매 시장을 32% 가량 점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권 간접판매 수수료 폐지를 통해 연간 2500억 원 가량을 세이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처럼 발권수수료 존폐문제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반면 이에 대한 폐지는 고스란히 중소규모의 여행업계를 강타했다. 2016년 말 기준 국내여행사들은 대략 1만 66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여행사는 대부분 중소기업 또는 개인업체 수준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그간 발권수수료 폐지는 이들 여행사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안겨줬다. 2009년 1000여 곳에 이르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인가 발권대리점(여행사)이 최근에는 600여 곳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문을 닫는 여행사가 속출하는 등 여행업계는 그 후유증을 지난 10여 년 여 동안 앓고 있다.


여행업계에서는 엄연히 80% 정도의 항공권 간접판매시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항공사가 발권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도 져버리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항공권 판매를 위해 자신들의 인력과 장비, 시간을 투자해서 세일즈를 펴고 있는 만큼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상 해달라는 것이다. 특히 항공요금에 유통비용이 포함 되어 있는 만큼 여행사의 유통활동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항공사들은 발권수수료 지급제도 폐지 이후 보완책으로 볼륨인센티브제도 등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또한 중소규모 여행사에게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정 액수 이상 판매고를 올린 경우, 전년 대비 판매 증가 회사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이다 보니 대형여행사들의 잔치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권 간접판매 발권수수료 폐지 정책을 펴고 있는 항공사 입장은 단호하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장의 포화에 따른 치열한 경쟁, 온라인 구매 증가 등 여행소비자들의 관행과 욕구, 마케팅 플랫폼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에 발권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화된 마케팅 환경에서 더 이상 지난날의 관행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생산적 마인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여행사들이 여행상품 구성 등에 도움을 주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그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여행사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매력 있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늘리고 자생력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

발권수수료 폐지에 따른 일련의 알력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여행사가 여정의 질을 떨어뜨려 원가 보존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 중 하나다.

물론 항공사-여행업계 양쪽의 입장을 듣고 보면 나름의 타당한 이유들을 지니고 있다. 특히 발권수수료폐지가 우리 국적항공사에만 국한 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다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결의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이들의 의결사항에서 이탈 했을 때 받게 될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발권수수료지급을 항공사 자율에 맡긴다'는 IATA 산하기구의 결의사항이 온전히 정당화 될 수는 없을 일이다. 국제민간항공사업자의 모임체가 구성한 의결기구에서 회원 항공사의 이익 도모를 위한 결의사항이 무슨 국제 법처럼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도 민간 항공사의 모임체가 항공사 자율적으로 발권수수료 보상 한도를 규정해놓고 이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항공사 약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의결사항일지라도 우선 우리 법과 제도에 적용시켜 꼼꼼히 따져 보는 성실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국적항공사가 전 세계 항공사들과 동맹체를 맺어 지구촌 상공을 누비고 있지만 그 둥지는 바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문제점을 감안해서 여행업계에서는 반드시 '수수료 부활요구'만을 단언하는 입장은 아니다. 항공권 간접판매를 위해 여행사가 지불하고 있는 각종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게 반드시 이미 폐지한 수수료가 아니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어떤 형태로든 적절한 보상이면 좋겠다는 게 중소여행업자들의 바람이다.

10년 가까이 풀리지 않고 쌓여온 갈등과 모순은 필시 바르게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는 이를 '적폐'라고 부른다. 지난 시간 속에 슈퍼 갑의 지위를 갖고 있는 대형 항공사와 을의 위치에 처한 중소여행사들의 비즈니스 구조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터다.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중소여행업자들만의 시대착오 마인드, 각성 부족으로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항공사는 여행사에게 발권수수료를 줘야한다. 아니 일을 시킨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보상 해줘야 한다. 이게 동업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상생의 기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부는 그간 항공사의 항공권간접판매 수수료 폐지가 과연 옳았는지 원점부터 적극 따져봐야 할것이다. 그래야 대기업 편들기에 익숙했던 지난 정권들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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