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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업계 '인력 빼가기' 공방…금호 "상도의 어긋나" vs 한국 "먼저 영입 제안 안 해"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8-01-16 07:58


국내 타이어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가 경영상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인력 영입 논란에 휩싸였다.

금호타이어의 핵심 연구원 10% 가량이 경쟁사인 한국타이어로부터 연이어 이직 제안을 받은 것. 특히 이들 연구원들은 한국타어어로부터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연봉 인상 등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경영난으로 전사적으로 자구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측은 "절대 오해"라며 "헤드헌팅업체쪽에서 금호타이어 연구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인력 빼가기' 논란에 선을 그었다.

경영난으로 인해 채권단 관리 상태인 금호타이어는 일정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를 포기한 가운데 사측과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연구원 이직 제안…내부정보 유출·직원 사기 저하 우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호타이어 곡성·용인 중앙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한국타이어로 이직을 제안 받는 연락을 연이어 받았다.

금호타이어는 "내부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직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연구원은 30여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금호타이어 연구인력의 10%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영입 대상은 경력 3년 이상 금호타이어 소속 연구원으로 내구 성능 향상 기술 연구를 하는 엔브이엠(NVM) 전문가를 비롯해 타이어 시험법 개발·데이터 분석 엔지니어, 시험설비 보전 엔지니어 등 7개 직무와 관련한 기술인력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부문들은 모두 타이어 연구개발에서 중요하다"며 "특히 테스트 분석 엔지니어 부문 직원 대부분에게 이직제안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테스트분석 엔지니어는 제품을 최종 시험·평가하는 인력인 만큼 타이어 연구개발 과정에서 맡는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호타이어측은 한국타이어의 기술 인력 영입은 내부정보 유출과 직원 사기에 있어서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연구원들이 헤드헌터를 통해 연봉 인상 등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구원들의 경우 기술 유출과 관련해 '퇴직 2년간 동종업계 이직 또는 창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 또한, 암묵적으로 동종업계에선 상호간 연구원을 영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그는 "법적으로도 검토해야할 부분이지만 특정한 연구팀 상당수에 영입 제안을 한 것은 도가 지나친 행위"라며 "일부 연구원은 이직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보호 위반 등 법적비용까지 책임지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측은 경쟁사로의 인력 이직은 직원 사기의 문제에서도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최근 경영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사적으로 자구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원을 대거 빼내 가면 다른 부문 직원들도 동요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연이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인력 빼가기 없다…오해에서 벌어진 상황"

한국타이어측은 이같은 '인력 빼가기' 논란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경력직원 채용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수시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번 논란이 된 사항은 헤드헌팅업체가 먼저 연구인력 충원을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연구원 영입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을 뿐 현재 인터뷰나 채용으로 연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며 "이번 논란은 오해에서 벌어진 상황"이라며 인력 빼가기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연구원 이직시 법적 보호 논란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그런 사항에 대해 약속했거나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0명 가량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신입으로 채용한 바 있고 올해도 상반기와 하반기 등 두 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준의 연구개발 부문 신입 직원을 채용할 예정에 있다"면서 굳이 비판을 받으면서 경쟁사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제조업체가 3군데 뿐이기 때문에 업체간 경쟁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금호타이어가 최근 어려움을 겪다보니 연구원 등 전문인력의 유출에 대해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근로자 입장에서 더 좋은 근무여건과 근로조건이라면 이직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연구직의 경우엔 자칫 경쟁사 기술 유출이라는 점에서 사실이라면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이달 말 정상화의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오는 26일쯤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무 1조3000억원 상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노조측도 우선 채권단의 26일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영개선 절차에 돌입한 금호타이어 사측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피하려면 임금동결·삭감 등을 포함한 노사합의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측은 임금삭감에 앞서 회사의 경영체질 개선을 위해 중국공장 처리와 부채탕감을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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