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도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며, 자금 마련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박 회장과 중국의 더블스타 간의 대결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더블스타는 최근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약속한 것보다 나빠졌다며 매각가격을 종전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16.2%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매매계약 종결 시점인 9월 23일 기준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하면 더블스타가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에 507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해 더블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됐다.
채권단은 그동안 더블스타로의 매각만이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힌 만큼 더블스타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이 수용 결정을 내리면 박삼구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다시 부여돼 매각 종결을 한 달여 앞두고서 매각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분율 기준으로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가격 인하안이 가결되면 서면 기준일로부터 일주일 혹은 늦어도 열흘 이내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변경된 내용으로 SPA를 다시 체결한다.
채권단은 체결 즉시 해당 내용을 박삼구 회장에게 통보하고 박 회장은 한 달 이내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채권단에게 알려야 한다.
박 회장은 그동안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천명한 만큼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더블스타와 박 회장 간 새 양자대결은 기존과 다른 규칙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
채권단은 그동안 우선매수권이 박 회장 개인에게 부여된 것이어서 컨소시엄을 꾸려 금호타이어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더블스타의 인하 요구로 매각절차가 새롭게 시작된 만큼 채권단이 컨소시엄 불허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다.
매각가격까지 낮춘 상황에서 채권단이 불허 입장을 고수하다 보면 불공정 매각,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야 하겠지만 불공정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우선매수권자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박 회장이 과연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8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에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향방이 달린 셈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