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요즘 장외발매소 좌석이 남아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규모가 작은 장외발매소를 제외한 대부분이 금, 토요경마 때는 좌석의 20~30%가 남아돈다는 것이다.
그랬던 장외발매소의 좌석이 남아도는 현실은, 사전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일본이 앞서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마는 일본을 본뜬 부분이 적지 않다. 장외발매소도 마찬가지이다.
도심의 대형건물에 장외발매소를 설치한 것부터 그렇다. 일본중앙경마회(JRA)는 도쿄 한복판 고라쿠엔에 8층 건물과 10층 건물을 사들여 통로를 만들어 연결하고 입장객을 12만명씩 받아들였다.
한국 경마계 관계자들 가운데 이 거대한 장외발매소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역대 마사회장들도 첫 출장을 가까운 일본부터 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감탄하며 장외발매소의 대형화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의 장외발매소들은 10여년전부터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입장객수가 날로 줄자 지정좌석제를 하다가 요즘 들어서는 객장을 대폭 줄이고 나머지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하기까지 할 정도로 대형 장외발매소 시대의 말로를 맞고 있다.
반면 다른 나라들의 장외발매소는 정반대이다. 장외발매소 수는 담배 가게만큼이나 많아 보인다. 그러나 모두 시골 버스 대합실처럼 협소하다. 의자도 없다. 모두 서서 해야 된다. 잠시 틈이 나는 사람들이 와서 몇 경주 베팅하며 시간을 보내다 가는 장소이다. 종일 경마를 즐길 사람은 경마장을 이용해야 된다.
간혹 술집에서도 마권발매기를 볼 수 있다. 술 한잔하며 경마도 즐기는 것이다. 누가 맞히는지 내기도 하면서 술과 경마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서양 경마는 국민들 곳곳에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경마가 진정 레저가 아닌가 싶다.
한국 경마는 이런 경마를 도외시 한 채 일본의 대형화가 정답인 것으로 알고 그 길을 따라왔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 마사회장이 새로 취임하면 "해외 출장은 일본보다 서양을 먼저 다녀오는게 좋다"고 권했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일본의 대형화를 따라온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부른 셈이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