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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지간한 암수술을 할 때는 수술실에 피 한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내시경 수술이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외과 계열 수술실에서는 그 이후 10여년간 내시경이 찬밥 신세였다. 외과 의사들은 "수술을 눈으로 보면서 해야 확실하지, 흉터 안 남기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반감이 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내시경 수술이 개복수술에 비해 예후가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입원기간이 짧은 장점이 환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외과 수술실에서도 의사들이 내시경을 손에 잡기 시작했다.
일반인은 내시경으로 절제한 암 조직을 의사가 가위로 잘게 잘라 꺼낼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수술 시 암 조직은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눈에 안 보이는 암세포라도 뱃속에 떨어지면 암이 재발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암 덩어리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넓게 자른다. 이어 긴 끈이 달려 있고 매우 질긴 수술용 비닐 주머니를 뱃속에 집어넣은 후, 자른 조직을 집게로 주머니에 통째로 담고, 내시경 관을 통해 끈을 살살 잡아당기면서 주머니를 꺼낸다.
로봇수술도 원리는 내시경 수술이다. 의사가 조종간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며 원격 조종 레버로 내시경 수술장비가 달린 로봇 팔을 작동하는 것이다. 조종간은 수술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집도의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지도 않는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