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초고분양가 행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를 인하할 움직임까지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르면 10월 민간 택지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선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건축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하는 집값 안정화 제도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그동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 관행이 줄어 일반 분양자들이 보다 싼 값에 분양을 받을 수 있지만, 재건축 조합 입장에선 일반분양 수입 감소로 수익성이 나빠져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현재 시세의 85% 선으로 분양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업체 관계자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많은 곳에서는 일반분양 수입이 줄어들 경우 사업성이 나빠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남권 뿐만 아니라 강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고가주택단지 건설 계획을 밝힌 용산구 한남동 외인주택부지나 용산 유엔사 부지 등도 3.3㎡당 분양가가 5500만원을 넘어 1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만일 분양가 상한제가 이들 지역에 적용되면 최고급 주택단지 건설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이달 말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곳은 강남구 개포 시영 재건축 단지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6차 재건축 단지이며 11월에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재건축, 강남구 개포 주공8단지 단지 신축 사업 등이 대기 중이다.
만약 이들 가운데 어느 한 단지라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상한제가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강남·서초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일반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에 상한제 적용 요건이 완화되면 건설사와 조합도 마음대로 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들 단지의 분양가가 3.3㎡ 기준 약 300만원 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건설업계와 재건축 조합 등은 아파트 분양 가격을 두고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같이 받을 수 있다"면서 "결국 분양가를 두고 눈치 보기가 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 가격을 낮추게 되면 조합원들의 예상 추가분담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