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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복의 건강만사]'국민건강' 빌미로 돈놀이는 그만~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8-02 10:11


[이규복의 건강만사]'국민건강' 빌미로 돈놀이는 그만~


최근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자유한국당에서 내놓은 '담뱃값 인하'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2015년 100%가까이 인상했던 서민들의 기호식품 가격을 이제 와서 다시 내리겠다는 것이다.

2015년 전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한 후 정부가 벌어들인 세금은 12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 중 금연사업에 쓰인 것은 겨우 1300억원, 건보재정 지원금 등을 포함해도 3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국민들의 뇌리에 남은 건 방송사를 통해 내보내는 공익광고가 거의 전부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라며 거둬들인 세금은 3배 가까이 늘었는데 정작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보건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직접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은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금연껌과 금연패치 외에 딱히 나아진 게 없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한 일이라고는 관련부서를 만들어 놓고 대행사를 고용해 방송에 공익광고 등을 내보냈다는 서류를 접수한 것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 당시 보건복지부 수장이었던 문형표 전 장관은 "흡연율이 2004년 담뱃값 500원을 올렸을 때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2020년 성인 남성 흡연율 29%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여당은 담배가격 인상이 무려(?) 11년만에 이뤄지는 것이며 '금연' 확대를 유도해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속내는 경기부양을 위한 다양한 부동산 정책과 각종 복지정책 등으로 인해 부족해진 곳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담배 판매량은 인상 첫해 반짝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인상 전 수준을 회복했고, 금연클리닉 지원 등 금연정책마저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1년 전 500원 인상도 여야 간의 긴 줄다리기 끝에 이뤄진데 반해, 무려 2000원 인상이 너무나 전격적으로, 간단하게 처리됐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국회가 빼먹을 돈이 정부 곳간에 없었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올 무렵 당시 야당 관계자에게 문의했었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는 반대해야 하지만 사실상 여야합의가 끝난 상태"라며 "정부 곳간에 돈이 한 푼도 없는데 야당인들 수가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이후 담뱃값 2000원 인상이 확정된 후 그는 "사실상 우리도 놀라고 있다"며 "11년 전처럼 줄다리기를 하며 인상폭을 어느 정도 낮춰 500~1000원선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했는데 너무 전격적으로 제안한 2000원 전액 인상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내리 3년 동안 '세수 부족'에 허덕이던 상황이었고, 경기부양을 위해 뽑아든 부동산 정책은 최후 마지노선과 같은 재건축 완화책까지 꺼낸 상태였다. 여기에 출산장려를 위한 산후 보조금과 육아지원을 위한 보육비, 치매환자 등을 위한 간병비 지원 등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지자체들의 예산부족으로 곳곳에서 중단되거나 삐걱거리고 있었다.

결국 어디선가 추가로 세수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꺼내든 가장 만만한 카드가 담배가격 인상인 셈이다.

당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금연 유도 및 흡연자를 위한 실질적인 금연 지원을 강화해 저소득층의 건강 불평등 격차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서민 부감 가중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당시 한 야당 관계자는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잃는다"며 "담뱃값 인상분을 누가 가져갈 지를 놓고 부처 간 아귀다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지난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대해 발표한 성명서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주장은 담뱃값 인상의 주 목적이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보다는 애초부터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금연자의 92.1%는 건강 염려 등 가격 이외의 요인 때문에 금연을 한 것이다. 담배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며 밀수와 사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물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납세자연맹은 '총 세수 중 담뱃세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지수'와 지하경제 비중이 높고 국민의 '행복도'는 낮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부패하고 지하경제의 비중이 높으면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고, 이 같은 불공정 세제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 국민행복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세금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 아울러 세수를 늘리기 보다는 탈세를 막고, 정부부처에서 새는 국고 누수부터 차단하는 것이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다.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올렸던 '담뱃값'이 어떻게 처리될지, 앞으로는 어떤 항목이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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