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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복의 건강만사]명의(名醫)는 없다?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7-05-10 09:31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발표되기 전까지 헬스분야 담당 기자는 소위 주변 사람들의 '건강 민원소'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와서 건네는 궁금증과 도움 요청 중에는 기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문의도 많다.

특히, "00질환을 치료 받아야 하는데 어느 병원이 좋아?", "00질환은 어떤 의사가 잘 치료해?" 등의 문의는 참으로 난감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소위 '명의'를 소개해 주는 것이 매우 어렵다. 싫다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다. 진실은 기자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명의'라 하면 병을 잘 치료하는 뛰어난 의사를 떠올린다. 사전적 의미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의사를 뜻한다. 과거에는 이 두 가지 풀이가 같은 의미였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소문난 집'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맛집'들이 앞 다퉈 경쟁적으로 소개됨에 따라 이제는 '맛집'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만 못하다. 솔직히 찾아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을 지경이다. 어떤 사람은 방송출연을 안한 집만 골라서 찾아간다는 이도 있다.

명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현대인을 저격한 다양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남에 따라 이제는 '명의를 모시는' 것이 아닌 '명의를 만드는' 수준이다.

몇 년 전 한 방송사로부터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문해 줄 의사를 섭외해 달라는 문의를 받은바 있다. 당시 나름 수소문해서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분을 추천했다. 추천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안돼 담당PD의 전화를 받았다.

담당PD는 "고려해서 소개해 주셨겠지만, TV방송이다 보니...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보여지는 이미지도 중요해서요..."라며 마스크(?)가 좀 더 되는 분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몇몇 분들은 어느 순간 본업이 전도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이런 분들이 다른 업계 분들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우위에 선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과거의 '만들어진 명의'는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버리고 광대가 된 불명예스런 자리였다.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와 금전적 이익은 얻었을망정 주위 동료들로부터는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심할 경우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비난과 징계의 목소리도 각오해야 했다.

지금의 '만들어진 명의'는 국민적 인기와 부를 누리는 소위 '스타 의사'가 됐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국민들의 수준도 높아져 모든 스타 의사들이 명의는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때 이들 스타 의사가 소속된 유명 병원이나, 이들에게 진료받기를 원한다.

이 같은 현상의 부작용 중 하나가 환자를 소중한 생명이 아닌 그저 주머니를 채워주는 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유명 대형병원의 일부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환자를 개인병원으로 돌리고 수수료를 챙기다 적발되기도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은 소위 '스타 의사'가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닌 만들어진 의사라는 걸 알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를 모르니 찾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중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특수 의료기기와 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멀리까지, 힘들게, 더 비싼 병원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과장된 홍보나 댓글을 ?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큰 병이 아니라면 병원이든 의원이든, 몸에 이상이 있다 싶을 때 손쉽게 방문할 수는 집에서 가까운 곳, 본인에게 친절하거나 마음이 편해지는 곳을 주치병원으로 삼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작은 병을 크게 키우지 않고, 중증질환을 초기에 찾아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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