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8조7906억원을 기록하며 3조원대 초반이던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시장이 커졌다. 이처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뜨거운 가운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용량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봉지커피'로 불리는 인스턴트커피의 용량은 종이컵 크기에 맞춰 작아진 반면 전문점 컵 커피는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를 중시하면서 용량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처럼 소용량 제품을 원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서식품은 2012년 일반적인 종이컵 용량에 맞춘 카누 미니를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출시 초기인 2012년 카누 레귤러와 카누 미니의 매출 구성비는 97%와 3%였다.
그러나 이후 카누 미니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3년 42%로 크게 늘어났다. 2014년에는 미니가 55%를 기록하면서 카누 레귤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카누 레귤러와 미니가 각각 30%, 70%로 집계됐다.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종이컵 용량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은 지난 2014년 AC닐슨 기준으로 1159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633억원으로 2년 만에 40.9% 성장했다. 브랜드별로는 동서식품 카누가 지난해 기준 약 84%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인스턴트 원두커피와 달리,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컵 커피류는 대용량 제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크기는 보통 '톨(tall)' 사이즈로 불린다. 이 사이즈는 일반적인 콜라나 사이다병 용량(355㎖)에 가깝다.
스타벅스는 쇼트(237㎖), 톨(355㎖), 그란데(473㎖), 벤티(592㎖) 등 네 가지 용량을 판매한다.
한때 톨 사이즈 판매 비중이 80~90%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60% 선으로 줄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톨 사이즈 판매 비중은 61% 수준이다. 그란데(26%)와 벤티(5%) 등 대용량 제품 판매 비중이 30%를 웃돈다. 여전히 톨 사이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셈이다.
탐앤탐스의 경우도 대용량 사이즈인 벤티(550㎖)의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탐앤탐스에서 지난 5월1일부터 7일까지 벤티 사이즈 점유율은 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8%) 대비 15.5% 증가한 수치다.
엔제리너스와 마노핀 또한 1ℓ 커피를 내놓는 등 커피전문점 업계의 대용량 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캔커피와 컵 커피도 과거에는 200㎖ 정도 용량 제품이 많았으나 대용량 제품이 속속 나오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용량 커피음료 시장은 지난해 약 1000억원 규모를 넘어섰으며, 전년보다 5배가량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소비 성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최근 '가용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가 유행하는 점도 대용량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커피 전문점 제품이나 컵 커피의 경우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대용량을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며 "실내에서 타 먹는 인스탄트커피와 달리 커피음료 용량은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