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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가계 vs '배부른' 은행…지난해 이자 수지 '희비'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7-05-02 08:10


지난해 가계의 이자 수지가 역대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은행의 이자 수익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가계대출 증가 속에서,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묶어놓고 대출 금리만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당국에서 금융기관들의 폭리 여부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1일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수입에서 이자지출을 뺀 이자 수지는 5조758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75년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첫 마이너스 기록이다. 지난해 가계 이자소득은 36조1156억원(잠정치)으로 2015년(38조1717억원)보다 5.4% 줄었는데, 이는 1996년(32조8927억원) 이후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가계의 이자지출은 41조7745억원으로 12.6%(4조6624억원) 급증했다. 이는 저금리로 인해 2012년부터 보이던 감소세가 증가로 반전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이자순익은 33조9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000억원(2.7%),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3조1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321억원(2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카드론 이자 수익도 2972억원 늘었는데,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됐다. 지난 1분기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4조367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851억원)보다 6.9%(282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가계는 '배고프고', 금융권은 '배부른' 이자 수익 구조는,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이자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올라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는 올리고 예금금리는 낮추는 '이자 수익 늘리기'에 나선 것도 큰 몫을 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지난 3월 3.43%를 기록, 2015년 말의 3.28%)과 비교해 6.19%(0.2%포인트) 올라갔다. 그러나 은행의 예금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는 1.58%로 같은 기간 12.71%(-0.2%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오른다면서, 대출금리만 올리고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 것이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순이자마진(NIM·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도 4대 은행 모두 1분기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0.04~0.07%포인트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출금리 인상 이유는 시장금리 상승 외에도, 은행들의 가산금리 책정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뒤 급여 이체나 카드 사용 실적 등을 고려한 우대금리를 빼 산출한다. 이 중 기준금리는 통상 금융채나 코픽스(COFIX) 금리를 따르기 때문에 은행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업무원가·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결국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통해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은행 내부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고, 가산금리 항목 중 하나인 목표이익률을 책정할 때 은행의 경영목표 등을 고려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책정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금융회사가 연체이자를 마음대로 못하도록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대출 상품 판매시 연체 가산금리 수준과 연체 때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카드사들과 맺은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에 관한 업무협약'의 실천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 기획검사를 나가는 등 점검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에서는 카드사의 조정금리 산정 시 금리 차등화 기준이 불명확하고, 문서화 수준도 개선 계획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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