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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봤자 2분 남짓한 짧은 경주를 위해 경마관계자들은 일주일간 땀 흘리며 준비에 몰두한다. 경주마 안장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수 역시 마찬가지. 조교사와 작전을 세우고, 말을 훈련시키는 것 외에도 매주 '몸무게와의 전쟁'에 몸살을 앓는다. 365일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기수의 세계에 대해 알아본다.
평일에는 인적이 없어 한기가 느껴지는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지하. 하지만 경주가 열리는 주말이면 경마관계자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금세 후덥지근해진다. 하루 700억원 이상의 베팅이 오가고, 11만명 이상이 경마를 관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경주편성 시 경주마의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부담중량을 결정하곤 한다. 잘 뛰는 경주마에게는 높은 중량을, 그렇지 못한 말에게는 낮은 중량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주마간 도착차이를 줄여 전반적으로 경주에 박진감을 불어넣는다.
검량위원의 매서운 눈빛 아래 기수들은 체중계에 올라 부담중량에 맞춰 마장구를 변경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기수의 몸무게가 많이 나갈 때이다. 체중이 낮을 경우에는 마장구를 좀 더 무거운 것으로 바꾸면 되지만 체중이 오버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수가 스스로 수분을 쥐어짜내 0.1kg이라도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소변을 보거나 짧은 시간 사우나로 땀을 빼는 게 대표적인 예다. 경주 당일 이런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관계자는 "체중 조절을 위해 경주일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기수들의 애로를 대신 전한다.
두 번째는 극단적으로 기수를 바꾸는 방법이다. 기수의 눈물겨운 감량 노력에도 불구, 끝내 검량위원이 '노(No)'를 외치면 조교사는 급히 다른 기수를 찾아야한다. 늦어지면 출전이 불가능해진다. 이럴 경우, 경주를 끝내고 꿀 같은 휴식을 취하던 기수가 조교사의 부탁으로 땀이 채 식히기도 전에 체중계에 몸을 올리곤 한다.
검량을 마친 후에도 기수들은 맘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없다. 경주마가 순위에 들면 다시 몸무게를 체크하기 때문이다. 이를 '후검량'이라고 하며 모래, 빗물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몸무게 변화를 확인하며, 변화폭이 기준치를 넘을 시 입상이 취소되기도 한다.
문세영 기수처럼 유명 기수들의 경우 하루에 10번 가까이 경주에 출전할 수 있어 인기에 비례해 경마일 굶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도 경마에서만 볼 수 있는 '흥미있고 슬픈' 일이다.
한편,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은 5월부터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1일 명예심판위원을 운영한다. 심판업무 소개는 물론, 심의·순위판정·출발·검량·방송 등 경마일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공간들이 전적으로 공개된다. 관계자는 "기수들이 실제로 검량을 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는 만큼 관심 있는 고객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참가를 희망하는 자는 경마홈페이지(http://race.kra.co.kr) 서울경마 심판정보에 접속하면 된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