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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음양사상의 기본 원리는 만물이 각기 갖고 있는 고유의 에너지는 음과 양으로 구분되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남녀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으며, 자연 현상에 대한 경외감을 실생활에 반영했다. 그중의 하나가 절기에 맞게 행한 풍속이다.
첫 상진일(上辰日)은 천상에 있는 용이 하강해서 우물에 알을 낳는 날이다. 따라서 새벽에 아무도 길어가지 않은 우물을 뜨는 것은 용란(龍卵)을 얻는 것에 해당된다. 용란을 떠다가 밥을 지어 먹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기에 부녀자들은 졸린 눈을 부비며 긴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더불어 용의 정기를 받은 자손을 얻기 위해 합방을 했다.
한편, 농경사회의 영향으로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생명이 있다는 '정령 신앙'이 발달했다. 하늘과 땅은 물론이고, 동구 밖의 나무나 바위, 심지어 집안 곳곳의 물건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새봄을 맞아 밭갈이를 하게 되면 마을의 건장한 머슴이나 두레 조직의 작업책임자인 수총각(首總角)이 알몸으로 쟁기질을 했다. 음에 해당하는 지신(地神)의 성적 욕구를 달래주는 행위였다. 이러한 정령신앙은 금기하는 것도 많았다.
복날에는 목욕을 삼가 했다. 더운 날씨에 자주 목욕을 하다보면 기가 쇠하고 살이 오르지 않는다고 믿었다. 동지(冬至)에도 부부관계를 금했는데, 이날 교미를 한 호랑이가 단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 길렀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본래 의미는 할 일없는 겨울철에 지나치게 부부관계를 자주하여 몸을 상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이밖에 먹거리에도 갖가지 금기사항이 있었다. '규합총서'에 보면 자라나 개의 비위 등을 아예 먹지 말라고 하였고, 임산부가 문어를 먹으면 뼈 없는 아기를 낳는다는 속설도 있었다. 음식궁합도 중시하여 게와 감, 배와 꿀, 미역과 성게, 막걸리와 국수를 함께 먹지 말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음양사상을 비롯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살아왔다. 더불어 탐닉과 쾌락이 아닌 건강하고 활기찬 성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김재영(퍼스트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