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벌그룹들이 '스마트카'에 꽂혔다. 사업부서를 만들고, 투자에 나서는 등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기업인 현대차그룹은 물론이고 정보기술(IT)·전자·화학 등이 주축인 삼성·LG·SK그룹도 스마트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자 부문 라이벌 삼성·LG, 전담 부서 운영
삼성그룹은 지난 9일 삼성전자 조직개편과 함께 스마트카 관련 전담부서인 '전장 사업팀'을 신설했다. 생활가전 C&M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박종환 삼성전자 부사장을 전장 사업팀 팀장으로 임명했다. 박 부사장은 과거 삼성자동차에 파견됐던 인력이었던 만큼 스마트카 사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됐다. 신설된 전장사업팀은 자동차용 전자 장비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조직으로 운영된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몇 년 전부터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인맥을 다져왔다"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시작으로 스마트카 사업 진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 내 의사결정 영향력이 높은 반도체부문총괄(DS) 부문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전장사업팀을 관장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스마트카 관련 사업 보고 라인을 단순화시켜 의사결정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오너 일가의 스마트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LG그룹도 스마트카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부터 스마트카 관련 전장사업에 눈독을 들였고, 2013년 7월 LG전자에 독립사업본부로 VC(Vehicle Components) 사업부를 만들었다. 글로벌 가전·IT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약한 스마트폰 경쟁력을 스마트카에서 만회하기 위해 사전작업을 해왔다는 평가다. 이는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직접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구 부회장은 올해 LG전자에서 지주회사인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VC 사업부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현재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전기차 부품 투자 확대를 통한 자율주행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카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였던 만큼 자율주행 사업부문의 경쟁력은 글로벌 탑 수준에 올라있다. LG전자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협력사로도 선정됐고, 메르세데스-벤츠와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경우 스마트카 사업을 삼성그룹과 달리 오너 일가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브랜드들과 이미 협업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LG의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카 관련 사업영역이 중요한 한축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카 솔루션 개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플래닛,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스마트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카의 활용되는 통신기술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분야에 진출을 꾀하고 있다. SK는 삼성, LG와 달리 현재 구동 가능한 기술을 스마트카의 전신인 전기차에 상용화시키고 있다.
SK플래닛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카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SM5 플래티넘'에 최초 상용화한 바 있다. 또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의 차량용 버전 '3차원(3D) T맵'을 비롯해 사진과 음악 등 스마트폰에 저장된 콘텐츠를 차 안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심플싱크', 차량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연비·친환경 운전을 지원하는 '에코드라이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자동차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카 솔루션 '스마트 오토스캔'도 내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카의 배터리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절반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차의 쏘울EV와 베이징자동차의 EV200, ES210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카의 전단계로 불리는 전기차 사업의 경쟁력은 향후 스마트카 사업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전문기업답게 스마트카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지난 2006년 국내 대학 연구팀과 손잡고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들어갔다. 삼성, LG, SK가 완성차에 적용되는 제품 공급 등에 주력하고 있다면 현대차는 자율주행 등 스마트카의 완성형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덕분에 자율주행 기술도 상당한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과거 수소차 개발에 힘을 쏟았다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스마트카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수시로 스마트카 개발 현장을 찾아 관련 기술을 살펴보는 등 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마트카 사업이 재계 순위 변화 줄 가능성"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이미 스마트카 관련 사업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구글의 경우 2009년부터 무인자동차 시범운행을 통해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에 탑재된 수십개의 레이더와 카메라가 주변 위험환경을 감지하고 계산해 움직이는 단계는 끝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외신 등을 종합해 볼 때 구글은 무인주행기술력 확보를 바탕으로 현재 일반자동차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고, 보행자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데이터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9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생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애플은 2013년 애플 개발자회의에서 차량용 iOS를 공개, 스마트카 사업을 공식화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자동차와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기본, 자율주행기술 확보를 통해 스마트카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를 영입하는 등 스마트카의 전신이 되는 전기차 개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사업부문은 일본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한국이 뒤쫓는 모습이지만 반도체와 IT기술이 활용되는 스마트카로 범위를 확대하면 한국의 기술력이 앞서 있지만 보수적인 완성차기업과 협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만큼 향후 협력관계 구축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재계 순위에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스마트카란?
스마트카란 전기차를 바탕으로 무인자율주행과 동시에 모든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한 차를 뜻한다. 사물인터넷을 자동차에 도입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자율주행기능 개발에 나선 것은 스마트카에 갖춰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단 정도다. SF영화 등에서 차에 탑승하고 원하는 도착지를 얘기하면 알아서 주행을 하고, 그 동안 다양한 정보를 차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실화 할 수 있는 부분은 자율주행기능이 탑재된 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카 사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바탕이 된다. 누가 먼저 사업을 시작했느냐는 중요치 않다. 기존 완성차의 경우 역사가 갖는 의미가 크지만 스마트카는 그렇지 않다. 스마트카와 완성차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스마트카 전신이 되는 전기차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전기차는 전기로 움직인다. 내연 기관 자체가 없어 엔진 성능도 전기 출력에 의해 결정된다. 운전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간섭할 부분이 없다. 스마트카는 전기차에 스마트 기능이 추가된 경우다. 사용자는 자동차 이용에 있어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정도만 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조작을 편리하게 하는 인터페이스의 개발, 끊김 없이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통신 및 반도체 성능이 스마트카의 차량 품질로 직결된다. 이점에서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해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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