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롯데 경영권 분쟁, 감정싸움에 주변 사람까지 줄소송?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1-04 09:19


경영권 분쟁 중인 롯데가(家)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갑작스런 입원을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어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94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지난 2일 지병인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미열 증상으로 갑자기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서로 상대방 측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한 롯데그룹의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와 관련해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를 했는지를 두고도 설전을 벌이는 등 양측은 크고 작은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감정 대립으로 주변 인물들까지 소송과 논란에 휩싸이고 있어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두고 팽팽하게 대립

신 대표 측은 지난 1일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이 미열 증상을 보이자, 서울대병원 입원시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양쪽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입원은 사실이다. 그룹 비서실 관계자들이 접근을 하지 못해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열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룹 차원에서 총괄회장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는 것이다. 반면, 신동주 대표 측은 "신 총괄회장이 미열이 있어서 롯데그룹과 조율해서 병원으로 모셨다. 미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롯데호텔 상주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고, 의사의 의견에 따라 병원으로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미 롯데그룹 측과 협의를 거친 후 입원을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또 롯데그룹 측은 "신 대표 측이 차량을 요청해 차량만 제공했고 신 총괄회장의 정확한 이유나 입원 등에 대해선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비서실 관계자들이 입원 당일 신 총괄회장 병실을 찾았으나 신 대표 측이 그룹 비서실의 문병을 막았다. 신 총괄회장의 최측근에는 최근 신 대표가 내세운 나승기 비서실장이 롯데그룹 비서실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 대표는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이던 신 회장의 최측근 이일민 롯데그룹 전무를 해임하고, 나승기 변호사를 새 비서실장으로 자리에 앉혔다.

현재 서울대병원 특실병동에 있는 신 총괄회장은 전립선비대증에 따른 감염 증상으로 체온이 정상 수치보다 약간 높지만 위급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입원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의 곁은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과 신 대표가 지키고 있는 중이다. 3일 오후에 신동빈 회장은 문병을 다녀왔다.

신 총괄회장의 입원 전에도 양측은 서로 다른 주장으로 팽팽히 맞선 바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삼성그룹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신 대표 측은 "M&A와 관련해 서면이나 문서로 보고를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M&A 논의가 활발할 때인 지난 6월 말과 7월 초에 신 총괄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당연히 보고했다"며 "신동주 대표 측이 총괄회장을 직접 관리한 이후에 보고를 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주변 사람으로까지 퍼진 소송전…진흙탕 싸움으로 전개

그동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신동빈 형제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주변 인물들로까지 퍼져 패거리 진흙탕 싸움처럼 진행되고 있다.

신동주 대표는 경영권 분쟁 2차전에 산은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민유성 SDJ코퍼레이션 고문과 함께 등장해 반격을 시작했다. 민유성 고문은 신 대표의 브레인과 입 역할을 하면서 분쟁 과정 중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민 고문은 과거 함께 일했던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를 영입해 신 대표의 최측근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신 대표와 다수의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여론전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지난달 23일 민 고문과 정 상무를 상대로 명예훼손, 업무방해 및 공동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롯데그룹은 이들이 진행한 신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에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민 고문과 정 상무가 신 총괄회장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을 마음대로 드나든 것이 공동 주거침입·퇴거불응, 업무방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민 고문과 정 상무는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은 조만간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신 대표의 측근이자 신 총괄회장의 새 비서실장인 나승기 변호사가 변호사 자격증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호텔롯데 측이 지난달 30일 "나승기씨가 변호사 자격을 사칭한 것은 신 총괄회장을 기망한 행위인 만큼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3일 밝혔다.

당초 신 대표는 나승기 비서실장에 대해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법대를 나왔고, 법무법인 두우에서 최근까지 근무한 변호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 실장이 국내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것은 물론 외국법자문사로도 등록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변호사를 사칭하거나 그 업무를 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국 변호사라는 명칭도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어, 나 비서실장의 경우 둘 다 해당되지 않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 대표 측은 "나 실장이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법대를 졸업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따지는 않았다"며 "법무법인에서는 외국법 자문을 맡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나 실장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민 고문, 정 상무, 나 실장 등 신 대표의 핵심 측근 3인방이 모두 소송에 휘말리며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앞으로 더욱 이전투구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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