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업계가 11월부터 사실상 보험료를 인상하는 가운데 가입자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우선 중소형 보험사들이 앞다퉈 자동차 보험료를 올린다.
메리츠화재보험은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2.9% 인상하기로 했다. 흥국화재보험 또한 5.9% 올리기로 했다.
대형 보험업체들은 '보험료 책정 합리화'와 '고객 선택권 보장'을 내세우며 각종 특약을 추가하기로 했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중순 업계 최초로 '대물배상 가입금액 확장특약'을 신설한다.
지금까지 대물배상 금액을 1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등의 기준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부터는 1000만원 대물배상에 의무가입한 후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별도특약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신 초과금액 규모는 고객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역시 유사한 특약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업체들이 내세운 특약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료가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보험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보험료가 다소 오를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5% 수준이지만, 현재 대부분 업체의 손해율은 80%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소업체 중에는 90%가 넘는 곳도 있다.
이같은 자동차 보험료 인상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핵심은 보험 상품의 형태나 가격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업체간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로드맵에 따라 보험업 룰(Rule)이 규제규율에서 시장규율로 바뀌고, 보험사들의 경쟁이 양적에서 질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보험업계가 결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업체간 과도한 덤핑 판매 경쟁으로 인한 부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업체들이 가격 결정구조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을 받는 대신 계속 손해율만을 근거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면서 "일방통보식 가격 인상만 반복하면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보험 가입자는 "늘어난 수입차에 대한 고가의 보상 때문에 손해율이 높아진 보험사가 결국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보험료 인상뿐 아니라 각종 자동차 관련 세금 인상까지 모두 결국에는 소비자의 몫"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시장 자율화는 자칫 보험상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보험사의 손해율을 대조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제시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규제에 억지로 끼워 맞췄기 때문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지만 손해율이 안정화되면 오히려 고객과 보험사 모두 합리적인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규제는 완화한 대신 사후관리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부실상품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은 해당 보험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각종 제재금의 규모도 확대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는 '보험산업 로드맵'이 본격 시행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와 자본이 부족한 보험사가 대형 업체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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