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뭉칫돈이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은행 예금에서 돈을 인출해 비과세 보험이나 금, 미술품, 현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지난 4월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말 7조원으로 6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에서도 4월말 4조7000억원에 육박했던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도 10월말 4조2000여억원으로 4000억원 정도 감소했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고액 예금에서 빠져나갔다.
은행권에서의 이 같은 고액 예금 감소는 지난 5월초 국회를 통과한 후 오는 29일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명 금융계좌를 사실상 완전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 처분까지 받게 하는 강력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차명계좌나 가족 간 분산 계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 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위한 금융실명제의 강화 취지가 퇴색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