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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가 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5기)는 13일 오전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이번 무죄 판결을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범균 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여론 조작 지시에 대해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정치개입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또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적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다"라고 주장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원세훈 판결을 통해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본다"며 "현 정권은 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고군분투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며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는 유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김동진 부장판사의 글이 파문을 일으키자 직권으로 글을 삭제했다.
대법원은 "코트넷 운영위원회가 '사법부 전산망 그룹웨어 운영지침'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글이라 판단해 직권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