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지만 상처만 잔뜩 남았다.
반면 그가 돌아온 지금, 주변 환경은 결코 만만치 않다. 회장 부재동안 주가는 40% 가까이 빠졌고, 매출은 제자리,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더욱이 2012년 8월 김 회장의 법정 구속 이후 한화그룹은 신규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 공백으로 한화의 굵직한 해외 사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하나같이 영업이익률이 평균 3%대에서 2%대로 하락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매출이 22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8664억 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이 3.9%였던 것에서 1.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시장 예측 수치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의 추가 수주 계획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8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지만 이라크 정부가 향후 10년간 석유, 발전,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7000억~1조 달러에 이르는 재건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한화에 있어 올해는 매우 중대한 시점이다.
태양광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한화의 투자계획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말부터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그룹의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오너 부재로 해외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연배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은 최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해 태양광 사업 추진의 강력한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제가 대신해도 회장의 부재를 메우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의리파와 다이너마이트, 이번엔 어느 쪽?
한화 내부 분위기는 환영일색이다. 재벌 그룹의 오너는 최고 결정권자이기도 하지만 그룹 문화의 색깔을 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20대에 그룹 총수가 되어 '성공한 2세 경영인'이라는 칭송을 받았던 김승연 회장은 출발이 다르다. 1981년 부친인 김종희 전 회장이 타계하자 29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직에 올라, 올해로 33년간 한화를 이끌고 있다.
다섯 번의 사건 연루 그리고 세 번의 구속으로 사법기관과의 '악연'도 있다. 김 회장에게는 두가지 상반되는 '별명'이 있다.
하나는 '의리의 사나이'. IMF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고용승계를 최우선으로 내세워 임직원들에 대한 강한 의리를 표했다. 당시 김 회장은 수 십명의 직원이 일터를 잃게 되자 사내 방송에서 "선대 김종희 회장이 한화를 창업한 이래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었다"면서 "나는 그들의 가정에 많은 고통을 준 가정파괴범이며, 만일 내가 경영을 잘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비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다이너마이트 주니어'이다. 이는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 회사를 경영했던 창업주 고 김종희 전 회장의 별명에서 따온 것. 하지만 불같은 그의 성정을 비유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그의 성격은 선이 굵고 직선적이다. 이런 보스 기질이 카리스마와 추진력으로 이어져 한화 성장의 바탕이 된 것도 부인하지는 못한다.
경영 수완 여전할까?
김 회장은 1952년생이다. 62세로 젊은 총수 축에 속한다. 그런데 경력만 떼 놓고 봤을 때 국내 최고령이다. 1981년 29세의 나이로 총수에 올랐으니 30년이 흘렀다. 일반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을 무렵부터 기업 실무를 책임졌다.
김 회장이 1981년 선대회장에게서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 한화그룹의 총 자산(1981~2011년)은 135배, 매출액은 32배 증가했고 순이익과 자기자본도 각각 163배, 63배 이상 늘었다.
2008~2011 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08년 28조8293억원, 2009년 28조4347억원, 2010년 33조7625억원, 2011년 34조8271억원으로 평균 5.2%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영업이익도 2008년 8조8640억원에서 2011년 17조 6382억원으로 평균 24.7%라는 놀라운 증가세를 보였다.
김 회장은 1993년 1월에 상호를 '한화화약'에서 '한화'로 바꾸면서 모든 계열사의 명칭을 '한화'로 통일시켰다. 유사 업종의 수직 계열화와 중앙통제식 경영 탈피, 첨단산업에 대한 적극 진출 등이 그 골자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한화의 '제2창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실질적인 경영공백을 어떻게 메울지는 의문이다. 굵직굵직한 사안은 여전히 처리하겠지만 계열사내 각종 직함은 내려놓고 있다.
태양광의 딜레마
재계와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과 태양광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회장의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경영정상화에 힘쓰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경영 공백이 지속될 경우 김 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자칫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이 성공하려면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리더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김 회장이 주요 계열사 경영에서 줄줄이 손을 떼고 있지만 카리스마가 매우 강한 그의 존재 자체가 전문경영인들에게 채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수년전 김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우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은 경영 수업중이다. 미래 에너지 태양광에 올인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주문받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사실상 첫 태양광 사업 수주를 따냈다. 하지만 아직은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최근 태양광 관련 전망이 다소 호전됐지만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 것 치고는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이런 점에서 한화그룹의 장기 비전 제시는 미지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틈만 나면 '미래 먹거리'를 역설한다. 이는 삼성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이제 그들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김승연 회장이 돌아왔다. '회장님'의 컴백이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을 걷고있는 한화그룹의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