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7년 차 이모씨(32)는 하루의 절반을 앉아서 보낸다. 출퇴근 시간에도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한가한 지하철역에서 탑승해 앉아서 이동할 때가 많다. 장시간 앉아서 활동하다 보니 자연히 다리를 꼬고 앉기도 하고, 일을 할 때 집중하다 보면 눈은 컴퓨터 모니터 가까이 가 있고 의자 끝에 걸터앉아 허리를 빼고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가끔 허리가 뻐근한 느낌은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의자에 앉기만 하면 꼬리뼈 부근이 콕콕 쑤시면서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부딪힌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통증이 와도 자세를 조금만 바꿔주면 사라지는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 그런데 최근 꼬리뼈의 콕콕 쑤시던 통증은 근육이 당겨지는 듯 압박하는 강한 통증으로 변했고, 오래 앉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이렇듯 다친 적도 없는데 원인 모를 꼬리뼈 통증에 시달리다 척추전문병원을 찾은 이씨는 MRI 검사를 통해 허리 디스크변성증을 진단 받았다.
이렇듯 꼬리뼈 주변에 압력이 가해져서 통증이 오는 경우 외에, 꼬리뼈 자체 문제가 아닌데도 꼬리뼈가 아픈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통증의 정확한 위치는 엉치지만, 느끼는 사람은 꼬리뼈 통증과 구별하기 어렵다. 통증은 찌르는 듯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 전체가 뻐근한 양상이고 간혹 기침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지며, 의자에 앉거나 일어날 때 꼬리뼈 주변에 통증이 악화된다. 꼬리뼈 통증은 디스크변성증을 경고하는 통증일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디스크변성증, 디스크가 성질이 변해 딱딱해지거나 찌그러지는 것
MRI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디스크변성증, 초기에 발견하면 비수술치료로 치료 가능
디스크변성증은 단순 X선 검사로는 판별해내기 어렵다. 디스크가 외형이 변형되지 않거나 최소한의 변형을 보이기 때문이다. 분당척병원 배채완원장은 "디스크변성증은 MRI검사를 실시하면 디스크가 까맣게 보여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므로 MRI검사와 추간판조영술 등을 시행하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디스크변성증도 초기에 발견할 경우 약물치료 및 운동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이 힘들 경우에는 경막외 주사치료와 경막외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4~6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하면 증상도 좋아지고 변성의 진행도 막을 수 있다.
상체 비만 줄이고, 자주 일어나서 허리 펴야 예방
디스크변성증은 다소 낯선 질병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디스크변성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10년 9만7604명에서 2011년 9만9654명, 2012년 10만2516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디스크변성증은 디스크 노화가 주 원인이다. 움직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오래 앉아있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운동량은 현대인들의 디스크 노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디스크 변성증을 예방하려면 척추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피하고, 걷기나 수영 등 주기적인 운동을 통하여 허리 근력도 키우고 체중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서울척병원 조희철원장은 "척추와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근육과 인대가 튼튼해질 수 있도록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상체의 무게가 디스크에 그대로 전해지는 만큼 상체 비만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