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력발전소의 공정안전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경제주간지 <CBSi-더스쿠프>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의뢰해 단독입수한 '공정안전관리 이행상태평가(약칭 PSM평가)'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력발전소 26곳 중 절반이 넘는 15곳의 안전등급이 'M 이하(보통 및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한국동서발전 일산열병합발전소(2012년), 동해화력발전소(2013년), 한국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소(2013년)의 등급은 'M-(불량)'로 밝혀졌다. 우수를 뜻하는 P등급을 받은 곳은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소 1곳(2010년)뿐이었다.
|
더 심각한 건 추세다. PSM평가등급이 해마다 하락하고 있어서다. PSM평가결과 추이를 보면, 2005년 11.76%에 달했던 P등급 비율은 2009년과 2013년 0%로 떨어졌다. S등급은 2005년 70.58%에서 2013년 35.71%로 반 토막 났다. M등급은 같은 기간 17.64%에서 64.28%로 크게 늘어났다. P·S등급 비율은 줄어든 반면 M등급은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이 결과는 법·제도가 정한 안전기준을 현장에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두용 한성대(기계시스템공학) 교수는 "법과 제도, 그리고 현장 사이에 존재하는 '안전 갭'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공정안전관리 전문가는 "PSM을 심사하는 기준치는 기술의 발전, 사회적 요구에 따라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PSM을 이행하는 사업장(발전소)의 안전관리기술 또는 안전의식수준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며 "심사기준은 세걸음씩 가고 있는데, 이행수준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
국내 화력발전소들은 수많은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정부자료 '화력발전소 유해·위험물질 리스트'를 보면, 국내 26개 화력발전소의 유해·위험물질은 75종에 달한다. 이 가운덴 수소·염소·수산화나트륨·하이드라진·치아염소산나트륨·암모니아 등 폭발이나 가열이 됐을 때 사람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물질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화공안전 전문가는 "민간기업의 화학공장과 비교했을 때 화력발전소가 유해·위험물질을 덜 사용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화재나 폭발사고가 발생하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심상정 의원은 "이번 PSM평가보고서를 보면 정부감독이 느슨하다고 판단할 수밖 없다"며 "각 화력발전소는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대형사고가 터지면 근로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까지 큰 피해를 입어 확실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