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이 우리의 삶의 질을 올려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유럽을 비롯한 서구문화권에서는 예술가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인 상태에서 그들의 영감을 발휘해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우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예술가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와 지원은 예나 지금이나 미비하기만 하다. 이에 지난 2013년 6월 27일 발대식을 개최하며 발족한 한국예술문화봉사단(회장 이순옥)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예술가들을 위해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꾸준한 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예술문화봉사단은 회장 이순옥 작가를 비롯해 200여명의 회원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순옥 회장은 "실제 작업실도 얻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이 많다. 한국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기지를 안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보호하고, 따뜻하게 감싸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좌절하지 않고, 이 세상에 태어난 자체가 기쁨이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모색하겠다. 상위 1%만 혜택 받는 세상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한국예술문화봉사단 태동의 취지를 밝혔다.
작가 이순옥에게 시와 그림은 창작의 설렘과 마음의 진동을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회화적 언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탐구해 그 미(美)에서 얻어지는 기쁨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 작가의 화면은 감각적이며, 개성이 두드러진다.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이며,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있다. 자연, 고향, 유년시절의 추억, 그리고 인간을 향한 애잔한 시선이 함축돼 있다. 그렇기에 작품의 형태는 자유분방하며, 활기가 넘친다. 힘찬 붓에서 분출되는 생동감, 음악과 율동에서 나오는 구성, 시공을 초월한 선과 색이 작품의 빛을 더한다. 섬세한 표현기법과 짜임새 있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무엇보다 화면 전반에 깔려있는 따뜻한 휴머니티(humanity)다.
이순옥 작가는 26세가 되던 해 故 박재삼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이후 1985년 첫 시집 '불의 영가(靈歌)'를 시작으로 2004년 '나를 찾아서', 2012년 '공(空)' 등 꾸준히 시집을 출간하며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수원예술인상 및 자랑스런 수원문학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광활한 바다가 펼쳐진 삼천포의 수려한 풍광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자연스레 감수성을 키워온 환경탓인지 이순옥 작가의 시는 늘 바다가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어느 날 시를 쓰다 바다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언어를 도구로 글만 쓰다가 물감으로 그리는 시를 짓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며 시인에서 화가로 영역을 넓힌 일화를 소개했다. 이 작가의 초기 그림은 구상작업으로 바다를 표현하다 환상적이고 상상적인 추상세계에 매력을 느껴 추상계열에 몰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작가는 "추상작업이야 말로 시를 쓰던 마음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자유자재로 얽매임 없이 표현할 수 있다. 그 어떤 구애에 구속됨 없이 자유를 노래하는 종달새가 된 듯한 화면위에서 더 없이 광범위한 세계를 꿈꾸고 창출해 쏟아내기로 했다"고 뜻을 전했다.
이후 '은유적 공간' 시리즈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차가운 미니멀 계열과 뜨거운 추상계열의 중간에서 본인만의 색을 찾게 됐다. 이 작가는 최근 작품을 통해 목욕하는 여체의 미학을 선보였다.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여인의 몸을 모티브로 여인들의 나체를 외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재구성 한 것이다. 엄마의 등을 밀고 있는 어린 소녀에서부터 노인의 앙상하게 말라버린 신체까지 다양한 모습을 통해 진솔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이순옥 작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인간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꾸미지 않은 가장 인간답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간의 내면을 은유하고 추상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이 작가는 향후 강원도 횡성에 본인의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국가에 기증해 세계 속의 문화강국으로 우뚝 솟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명소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끝으로 사람냄새 나는 '휴머니티'로 점철된 이 작가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한국예술문화봉사단과 함께 예술인들 간에도 서로 포용하며 상생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뜻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봉사단의 회장으로 "그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문화가 발달되야 그 나라의 기틀이 굳건해졌다. 대한민국이 문화선진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예술인 복지법 보호법 등 예술문화 전반에 두루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실제로 예술가들은 금융업무를 볼 때도 프리랜서 내지는 무직으로 취급당하기 일수다. 이들의 생활이 안정되야 대중들도 다양하고 찬란한 예술작품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인들의 후원도 부탁했다. 이 회장은 "문화·예술인을 후원하는 '메세나' 활동을 통해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 윤리를 실천하고 회사의 이미지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를 풍성하게 하고 사회의 통합에 기여한다. 개인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지원은 자선활동의 성격의 기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경제팀kim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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